디지털타임스

 


[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대학부터 40여년간 AI와 동고동락… "챗GPT 빠른성과에 놀라"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대학에서 컴퓨터 처음봐… '머신러닝'에 충격받아 푹 빠져들어
AI모델 한계에도 산업화 반가운 일… '자유의지 기계'까지 도전
[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대학부터 40여년간 AI와 동고동락… "챗GPT 빠른성과에 놀라"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실험 중인 AI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슬기기자 9904sul@





서울대 AI연구원 초대원장 장병탁 교수챗GPT가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란을 장식할 정도로 AI(인공지능) 열기가 뜨겁다. 국내외 굵직한 기업들이 AI를 차기 먹거리로 삼아 투자계획과 성과물을 발표하기 바쁘다. 정부 부처들도 공개적으로 챗GPT 활용법을 배우겠다고 나섰다. 바야흐로 AI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로선 탄탄대로에 주마가편의 형국으로 보이는 AI 분야지만 그동안 굴곡이 없었던 게 아니다. 1956년 다트머스대 학회에서 AI란 용어가 소개되고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통상적으로 1970년대와 1990년대 두 차례의 'AI 겨울'이 있었던 것으로 거론된다. 장밋빛으로 물들였던 전망에 비해 초라한 성과를 내면서 그때마다 투자와 연구가 위축됐다.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AI들의 답변에 대한 신뢰성·정확성 문제가 거듭 지적되면서, AI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에도 또 다른 겨울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나온다. 이에 대해 AIIS(서울대학교 AI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재임 중인 장병탁 컴퓨터공학 교수는 "더 이상 겨울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따기 쉬운 과실(low-hanging fruit)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멀리 내다보며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컴퓨터란 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IBM PC가 보급되기 전이라 멜론이라 불렸던 가짜 애플 컴퓨터를 청계천에서 구해 쓰던 시절이죠. 그런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머신러닝을 다루는 책을 읽고 기계가 학습을 한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 차차 빠져들었습니다."

컴퓨터공학으로 1988년 서울대에서 석사, 1992년 독일 본(Bonn)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장 교수는 40여년간 AI에 빠져 살았다. 그는 괴테 등 철학·인문학에 관심을 두고 독일문화원을 다니다가 독일 유학을 결정했다. 평생의 배필도 그 과정에서 만났다.

당시 본에는 선도적인 AI 그룹이 있어서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과거 구글 부사장으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현 스탠퍼드대 교수도 같은 그룹에서 동문수학한 후배다. 장 교수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본에 위치한 독일 국립정보기술연구소에서 제네틱 알고리즘 등을 개발하다, 1997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있다.

"생성AI 모델은 일찍이 존재했습니다. 2006년 하이퍼넷 모델로 TV드라마 프렌즈와 만화영화 뽀로로를 학습시켜 그 다음 스토리를 예상케 하는 실험을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데이터의 양과 컴퓨팅파워죠."

장 교수는 지난 AI 겨울을 겪은 산 증인 중 하나다. 그런 그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근거는 AI에 학습시킬 데이터 양의 폭증과 AI를 뒷받침할 컴퓨팅파워의 발전이다. 이들의 부족이 과거 AI 겨울을 불러온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다른 형태의 결과물을 생성하는 AI모델에 대해 연구한 만큼 최근 속속 등장하는 생성 AI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캠퍼스에서도 맹목적인 금지보다는 활용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한다. 특히 오픈AI의 대화형 AI인 챗GPT에 대해선 "이렇게 빠르게 성과를 낼 줄 몰랐다"고 호평했다.

장 교수는 챗GPT에 대해 "공개적으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첫 번째 AI"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이 분야 선구자인 앨런 튜링이 1950년 제안한 튜링테스트는 자연어 대화를 통해 기계가 인간을 얼마나 모방할 수 있는지 시험해 기계의 지능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챗GPT와 대화하면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새 튜링테스트에 통과한 셈"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자사 LLM(거대언어모델) '람다(LaMDA)'가 튜링테스트에 통과했다고 발표했지만, '람다' 자체가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만 장 교수 역시 현재 AI모델들이 지닌 한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의 대화형 AI가 곧잘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텍스트 '생성'에 초점을 맞췄을 뿐, 문맥의 '이해'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지금의 AI기술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AGI(범용인공지능)의 초기단계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작업 기억(working memory) 구현입니다. 그 일환으로 AI로봇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 교수는 AI기술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AI 스스로 다각적인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입력된 텍스트나 시각적으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직접 들어 그 무게를 파악하고 벨소리나 진동을 감지하면 하나의 사물에서도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 연관성을 인지하고 종합적으로 학습함으로써 신뢰성·정확성 문제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의 작업 기억 생성·유지도 목표다.

이런 연구를 하는 이유는 AI의 기반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빠르게 성과를 내는 주제보다는 AGI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길을 택했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가 처음 이 길에 들어섰을 때 초심 그대로인 셈이다.

장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도 AI 산업화가 촉진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 또한 보다 자유롭게, 신뢰 기반으로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그는 "AI는 결국 야단맞는 숙명을 타고 났다. 일단 잘 되면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연구자들도 다음 과제로 넘어가니까"라며 "궁극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기계'를 목표로 닿는 데까지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아이처럼 눈을 빛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대학부터 40여년간 AI와 동고동락… "챗GPT 빠른성과에 놀라"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이슬기기자 9904sul@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