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동결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5개월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것이다. 이는 고물가, 환율 급등 등 대내외 불안요인에도 일단은 경기 방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가 기준금리를 묶은 셈이다. 실제로 각종 통계를 보면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세 둔화는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탓이 크다. 수출은 5개월째 뒷걸음질이고, 무역수지는 11개월째 적자다. 수출이 급감하고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내수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은은 이를 고려해 물가보다는 경기를 우선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기에 방점을 둔 한은의 이번 결정에 정부도 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6850억달러, 우리 돈 894조원으로 제시하면서 가용가능한 수출지원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부처별로 수출 목표액을 설정하고 이행 상황을 체계적으로 점검·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수출 목표 이행상황 관리를 위해 각 부처에 '수출·투자책임관(1급)'을 지정하기로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스스로가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약속했다. 원전, 방위산업, 해외건설, K-콘텐츠, 바이오 등 12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올해 반드시 수출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렇게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정부는 수출 드라이브에 승부수를 던졌다.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관건은 역시 규제 혁파에 있다. 성장 발목을 잡는 주범은 다름 아닌 시대에 뒤떨어진 각종 규제다. 그러나 규제 권한을 포기해야 하는 세력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대하려 들게 뻔하다. 정부가 비장한 각오와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다면 규제 철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성장동력이 다시 지펴진다. '종합 규제 세트'를 깨부수는데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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