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비상장사 리포트] 7년 적자 당근마켓, 몸집은 컸지만 상장까진 험난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최단기간 유니콘 기업됐지만
무료운영에 수수료 없어 적자
미국 리얼리얼처럼 상장해도
약세 가능성… "흑자 내야"
"당근이세요?"

초면인듯 한 사람들이 짧은 얘기를 나눈 뒤 준비해온 종이백에서 물건을 꺼내 확인하고 이를 주고받는 모습, 요즘 전철역이나 대형 상가 근처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집에서 쓰지 않는 중고 물건들을 이웃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당근마켓'이 만들어낸 일상의 변화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 마켓'의 줄임말로, 6km 이내 동네를 기반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중고는 남이 쓰던 낡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중고품에 대해 별다른 거리낌이 없는 MZ세대(1980년~2004년생)의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입어 당근마켓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에 달했다. 2008년 4조원 대비 6배 성장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평균 15~20%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창립 7년여만에 시장가치가 3조원에 육박하며 최단기간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2015년 7월 설립된 당근마켓은 카카오 출신 김재현, 김용현 공동대표가 회사에서 운영되던 사내거래 게시판에서 영감을 받아, 판교 지역 직장인 대상 중고거래 서비스인 '판교장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2018년 중고 거래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2020년에는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도 선보였다.

지난해 5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00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월간 순이용자수(MAU)는 1800만명 이상으로, 글로벌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자 버금가는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방문 당 평균 체류시간은 약 20분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이런 잠재력을 바탕으로 당근마켓은 시리즈 A ~ 시리즈 D 투자 라운드를 통해 누적 투자금 2270억원을 확보했다. 첫 기관 투자는 2013년 12월이었다. 시리즈 A 투자로 국내외 벤처캐피털(VC) 3사로부터 13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중심으로 진행된 시리즈 B 라운드에서 68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후 시리즈C를 통해 4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는 강남역으로 사옥을 이전하고 인력을 보강하며 규모를 확장했다.

지난 2021년 8월에 이뤄진 시리즈D 라운드에서는 기업 가치 3조원을 인정받아 1789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신규 투자자로 DST로벌, 에스펙스매니지먼트 등이 참여했으며 기존 투자사인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도 추가로 투자를 집행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 확대와 국내 마케팅,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압도적 이용자 트래픽과 긴 사용시간을 활용해 중고 거래 외에도 지역 기반의 부동산, 중고차, 구인구직 등의 서비스도 확장 중이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 440여개 지역에서 '캐롯'(Karrot)을 출시했다. 앞으로 30여개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하지만 올해 8년차를 맞이한 당근마켓은 아직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플랫폼은 무료로 운영되고 직거래 마켓인 까닭에 거래수수료가 없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광고는 단가가 낮아 이익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상품판매, 수수료, 기타수익 등을 다 합쳐도 1%가 안되는 상황이다. 2021년 매출액은 257억원, 영업손실은 352억원이다. 고정비인 인건비로만 160억원이 들어갔다. 경쟁업체인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의 경우 주 수입원이 거래수수료인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시장에서의 몸값도 증시 침체와 비상장 투자 시장의 위축으로 쪼그라들었다. 19일 기준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거래된 주식 가격은 19만원. 이에 근거한 기업가치는 1조7564억원이다.

중고나라의 경우 지난 2021년 유진자산운용·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롯데그룹이 지분 95%를 인수했고 당시 몸값이 1000억원 수준이었다. 번개장터는 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했다. 번개장터의 인수가는 1500억원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은 아직 먼 단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중고거래 플랫폼 중 상장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북미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 플랫폼인 포쉬마크도 지난 1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지 약 2년 만에 상장 폐지됐다. 2019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중고 명품 매매 플랫폼 리얼리얼도 실사용자는 늘었지만 주가는 공모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근마켓과 가장 유사한 오퍼업이라는 플랫폼 역시 누적 투자액은 3억8100만달러이지만 아직 상장 진행 단계는 아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시 주당 30달러에 육박했던 리얼리얼의 현 주가는 1달러대로 5년새 90% 이상 폭락했다"면서 "당근마켓이 인지도와 성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적자를 벗어나 이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야만 상장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비상장사 리포트] 7년 적자 당근마켓, 몸집은 컸지만 상장까진 험난
[비상장사 리포트] 7년 적자 당근마켓, 몸집은 컸지만 상장까진 험난
당근마켓 제공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