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이태원 참사 100일인 5일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면서 "국회가 유가족· 국민에게 드리는 다짐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의장도 살피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이태원 참사 추모제에서 "요즘 영국사회는 34년 전 발생한 힐즈버리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일로 분주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989년 영국 힐즈버리 축구장에서 발생한 참사로 97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사고 발생 34년이 지난 요즘 경찰이 '경찰의 실패가 비극의 원인'이라고 뒤늦게 고백하고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1989년 4월 15일 영국 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사우스요크셔 셰필드 힐즈버러 구장에 수용인원을 초과한 관중이 몰려들면서 97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쳤다. 뒤늦게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미 관람석에 있던 관객들이 밀려났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경찰은 원정 응원을 온 훌리건(과격 팬) 난동 탓이라고 발표했고, 피해자들이 '사고 주범'이란 오명을 썼다.
때문에 김 의장의 발언은 책임 규명과 대책을 세우는 일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사고 발생 약 9개월 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효과적인 (관중) 통제에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후 2012년 진행된 재조사에서 경찰 고위 간부들이 사고 당일 경기장 출구를 열라고 무리하게 지시한 정황과 경찰 진술서 164건이 변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장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며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2달여 국회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조특위를 진행했다. 이제 특위는 마무리됐지만 참사를 기억하고 책임을 규명하며 다시 불행히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데는 시한이 따로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특히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겠다"며 "반복되는 재난은 우연이 아니다. 다시는 국민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국회가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의장은 "정치인 이전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하늘에서는 평안하길 기도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우리 국회는 저 하늘의 별이 된 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유가족들을 돕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국민의힘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