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제품의 지역별 도매가격 공개 여부가 이달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혁위원회에서 판가름난다.
2일 국무총리실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총리실 규개위는 이달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열고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판매대상과 지역별 판매 가격을 공개하고 이를 주·월 단위로 지역별 판매량과 매출 단가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석유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한다.
해당 법령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제42조의2 제3항 1호 개정안이다. SK에너지 등 정유 4사가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을 대리점·주유소 등 판매대상과 지역별로 세분화해 이를 주·월간 단위로 공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격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석유제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정유업계는 개정 시행령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과잉규제이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격담합 등 부작용이 나오고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100% 민간에 개방된 석유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국무조정실에 보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인 도매가격을 공개하라는 것은 사실상 기업의 영업비밀인 원가와 마케팅 전략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소비자 물가에 직결되는 식품과 의류 등 모든 업종을 통틀어 이런 규제는 자본주의를 표방한 국내·외에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유사 공급가격의 세부공개는 지난 2010년 이명박정부 시절 산자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에서도 추진했지만 영업기밀 침해를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던 알뜰주유소와 방식은 다르지만 사실상 의도는 똑같다. 알뜰주유소와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 간 가격 차이는 현재 리터당 20원 남짓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과잉규제는 시장경제 질서회복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거래 쌍방만이 알 수 있는 영업기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시장경제 틀을 벗어나는 무리한 개정안"이라며 "주유소별로 정제 시설 효율성, 설비 구축 등 다양한 이유로 도매가격이 모두 다르고, 정유사별로 유통별 마케팅 전략 자체가 다른데 이를 대외적으로 강제 공개하면 오히려 암묵적 담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