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IPEF에 규범 형성적으로 참여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212/2022121302102269660001[1].jpg "[최원목 칼럼] IPEF에 규범 형성적으로 참여해야")
미국인들은 WTO를 비롯한 기존의 다자통상체제는 미국의 CEA를 더 이상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믿게 되었다. 중국과 개도국들이 집단세력화 된 WTO체제를 벗어나, 미국의 CEA를 보호하는 확실한 체제를 새로 수립하려 하는 것이 IPEF의 본질이다.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되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는 수많은 무임승차자를 낳는 전통적 자유무역 개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무역개념을 기후변화 대응, 노동자들에 대한 포용적 혜택, 디지털 신기술의 이용과 발전, 식량안보 대응, 투명한 규제관행, 무역 원활화 등의 맥락에서 새로이 규정하게 된다. 공급망 분야에서는 광물과 소재, 반도체, 청정에너지 기술 등에서 공급망 관련 핵심 분야와 품목을 지정하게 된다.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조기경보시스템도 구축하게 된다.
청정경제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기술을 보급하고, 저배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확대를 지원하게 된다. 에너지 안보 개념과의 균형도 추구한다. 공정경제 분야에서는 자금세탁, 테러 자금조달 방지, 공공부문의 반부패 문제와 디지털경제로 인해 발생하는 국제적 조세문제 해결을 도모하게 된다.
이처럼 관세감축 이슈보다는 비관세장벽 해소와 새로운 문제 대응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이 과정에서 각국 산업 및 규제 관련 정보들이 활발하게 교환되기 마련이다. 미국정부는 이러한 정보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메가 데이터화하는 것도 미국 CEA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격차가 큰 녹색·디지털·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기업의 CEA를 확보하기 위한 논의와 국제규범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시장확대 보다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목표시 되며,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응과 국가안보 문제도 중심적 가치로 자리 잡게 된다.
이들 분야에서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게 높은 기준과 모범 관행을 쌓아가면서,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국기업과 정부를 자연스럽게 공급망에서 배제시켜 버리는 근거로 삼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 하에서 취하고 있는 대외무역보복 조치들이 현존 국제규범을 위반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새로운 규범과 기준 하에서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IPEF의 형성 과정에 규범 형성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국내 농업문제 등으로 인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남들이 마련한 체제에 끌려 들어서던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국제질서의 밑그림이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참여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 글로벌 기업의 CEA 개념도 마련해야 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비관세장벽 분야의 규범이 자리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내적 의견수렴도 필요하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가 IPEF 논의과정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 제시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규제 모범관행도 설득력 있게 정리해두어야 한다. IPEF 참여는 단순히 중국과 미국 간의 체제경쟁 속에서 미국 편에 서는 차원이 아니다. 새로운 밀레니엄 속으로 한국경제가 진군하는 첫걸음을 디디는 작업이다. 그 걸음이 우루과이라운드에서의 걸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창대한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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