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언론노조 등 5개단체, 전날 野 고민정 의원과 방송법개정 공조 회견
방송기자·한국PD·한국방송기술인 3개 연합회는 공영방송 이사 6명 추천권 가져가
3개 단체 "모욕"이라며 정파성 부인…국힘 "언론노조 출신들, MBC 시상까지"
여야 정당 추천으로 구성해온 공영방송 이사회를 복수의 언론관련 직능단체·학회 등에 추천권을 대폭 부여해 꾸리도록 하는 더불어민주당 측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 입법에 6일 국민의힘이 거듭 반대를 표명했다. 특히 현업언론단체 대표자들이 친(親)민주당·친민주노총 정파성을 부인하자 여당은 이들의 출신 단체나 활동 이력을 들어 "낯부끄러운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고민정(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방송법 개정에 대한 현업언론단체들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주선하며 발언하고 있다. 회견에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영상기자협회의 대표자들이 참여했다.<연합뉴스>
앞서 지난 5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 5개 단체는 국회 소통관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배석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흘 전(2일) 민주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처리한 방송법 개정안 등을 지지하면서, '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는 국민의힘 비판에 "거짓말 프레임"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표 각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안은 기존 9~11명이던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여야 교섭단체가 이사를 추천해온 관행을 깼다. 국회 추천이 5명에 불과하고, 언론 직능단체 6명(3개 단체 2명씩),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 6명, 시청자위원회 4명씩 주어진다. 이 법안대로면 공영방송 추천권을 갖게 될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3개 단체의 대표자들은 여당이 정치편향 낙인을 찍는다며 "불쾌하다"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자신들이 '친 민주당, 친민노총 세력'이라는 국민의힘과 비(非)민노총 언론노조(MBC 제3노조 등)의 지적에 억울하고 불쾌하다고 했다. 잘못된 행태를 말하면 일단 부인하면서 화부터 내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지탄받는 정치꾼의 모습과 판박이"라며 "'친민주당, 친민노총'이라는 지적이 모욕적이라며 기자회견에 나선 그들의 이력을 보자"고 반론을 제기했다.
ICT미디어특위는 "MBC 내부 성명에 따르면 이종하 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언론노조 MBC본부 대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언론노조가 김재철 MBC 사장을 몰아낼 때 일익을 담당했다"며 "최지원 한국PD연합회장은 전 언론노조 KBS본부 교육문화국장을 지냈다. 언론노조가 (문재인 정부 집권초) 2017년 고대영 KBS 사장을 몰아낼 때 '사장 지시 거부'나 '퇴진 요구' 서명에 이름을 올린 기록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전 민노총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언론노조 파업 때문에 징계까지 받은 이력도 있다"며 "언론노조와 현업언론단체의 인적구성은 상당히 겹친다. 현업언론단체라는 이름으로 포장은 바뀌었지만 실질적 인적구성은 대동소이할 뿐이다. 이러니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 이들 현업언론단체의 행적은 이구동성(異口同聲)의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언론인 출신·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2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과방위 회의실 앞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표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 법안 단독처리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특위는 "과거 보수정권에서 임명한 공영방송의 이사를 불법적으로 몰아내는 데 앞장섰고,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낸) 양승동-김의철의 온갖 만행과 무능의 향연의 수혜자였다. 명확하지 않은 녹취를 일방적으로 단정하고 외교적 자해 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MBC '자막조작' 보도를 두둔한 단체가 어디인가"라며 "심지어 한국PD연합회는 의 광우병 오보에 대해 '이달의 PD상'과 '올해의 PD상'을 수여하기까지 했다"고 추가 사례를 들었다.
특위는 "민주당이 날치기한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서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사장을 선임할 권한을 갖는 이사를 2명씩 추천하는 권력을 부여받았다. 이들이 이제 와서 '친언론노조가 아니다'라고 자기부정을 하는 이유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이사 추천권을 법으로 보장받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야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리처럼 생기고, 오리 소리를 내면, 그게 바로 오리'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민노총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나와서 여러 사안에 대해서 민노총 언론노조와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그게 바로 친민노총 단체다. 이른바 현업 언론단체들의 낯두꺼운 자기 부정"이라며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더니 오히려 국민을 외면하고 특정 이익단체에게 헌납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송법 개악은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의힘 ICT미디어특위 산하 공정미디어소위도 이날 성명을 내, 민주당 방송법 개정안을 지지한 한국영상기자협회를 '저격'했다. 공정미디어소위는 "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회에 욕설했다는 자막으로) 희대의 편파 보도를 한 MBC에 '특종상'을 수여했다"며 "본질은 세 글자로 요약된다. '민노총'이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이 민노총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 보도부문 부위원장 출신이다"고 지적했다.
소위는 "민노총 언론노조가 민주당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번엔 너무 나갔다"며 "언론인 모두의 명예와 사명감에 대한 모독이다. 한국PD연합회가 의 광우병 보도에 '이달의 PD상'과 '올해의 PD상'을 수여했던 만행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공적인 기관을 사유화하고, 소속 기자들의 의견을 멋대로 재단하고, 다양한 견해를 짓밟고, 자신들의 주장만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민노총 언론노조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