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 가속화와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ICT 혁신국가의 장점을 내세워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는 과학기술외교 강화가 시급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2022 과학기술외교 포럼'에서 산업정책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경제적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과학기술외교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 정책 확대와 세계 각국의 첨단기술·전략산업 확보 등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적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미래전략산업은 경제안보와 직결돼 있어 주요국은 산업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미래전략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는 미국의 패권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의 제조역량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공급망과 경제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에 편중돼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미국이 반도체 자국 생산와 배터리에 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을 통한 공급망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중 패권경쟁, 주요국의 공급망 전략 자산화, 탄소중립 등으로 인해 공급망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되고, 그 과정에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산업 공급망으로 재편하려고 한다"며 "단기·중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우리 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서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 협력 전략을 수립하는 과학기술외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14개국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우리의 과학기술 외교를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의 기술규제와 정책이 시사하는 도전과 과제' 발표를 통해 "최근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문제는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지 않고, 경제와 산업, 외교, 과학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는 복합적 이슈로 복합적인 접근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의 엘리트 집단의 77%가 대중 무역으로 인해 미국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답했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례적으로 중국을 제재하고 수출 통제하는 데 초당적 협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중국을 더욱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반도체에 이어 중국 기업에 대한 데이터 규제 압박, 공급망 감시 강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 조사 등 대중 제재를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중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국가 안보를 근거로 두 나라의 글로벌 시장 개입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선택적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며 "이러한 때를 기회로 삼아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차관은 "세계 주요국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과학기술외교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과학기술의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한다"며 "과학기술외교의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국가별·분야별·아젠다별로 차별화된 전략 마련을 위해 정부는 물론 과학기술계, 외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이준 산업연구원 본부장이 '미래전략산업, 경제안보 그리고 과학기술외교의 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