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 배출권의 증권사 위탁거래를 허용한다.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제 일몰 기한도 3년 연장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열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민간부문을 고려해 정책방향을 설계하겠다"며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무를 이행하는 기업 애로를 해소하고, 자발적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할당하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증권사 위탁거래를 허용해 거래 편의성을 높일 방침이다. 작년부터 20개 증권사가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고 있지만, 거래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다. 배출권 거래량은 작년 5472만t으로 2015년(566만t)보다 10배가량 늘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단기적으로 현재 20만t인 증권사 배출권 할당량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개인의 배출권 거래 참여도 검토키로 했다. 배출권 거래시 기업의 합리적 매매 결정을 돕기 위해 시장정보 공개도 확대한다.
신규로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을 위한 지원도 늘린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제 기한을 2025년으로 3년 연장할 계획이다. 또 신규시설에 대해서는 사전에 할당받은 배출권 대비 배출량이 1.5배 이상 증가하면 배출권을 추가 할당한다. 신규시설일수록 초기 가동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배출권이 할당되는 현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도 커진다. 기업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시설(배출효율 상위 10%)을 신·증설하면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받는 식이다. 저탄소 친환경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나, RE100 이행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쓰면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인정키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는 발전원도 '태양광·풍력·수력'에서 '모든 재생에너지'로 범위를 넓힌다.
정부는 작년 상향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에 따른 연도·부문별 감축 로드맵에 맞춰 배출허용 총량을 설정키로 했다. 상향된 NDC 로드맵은 내년 3월까지 수립된다. 추 부총리는 "온실가스 감축 유인·산업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 수준인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증가한 수입은 기업 온실가스 감축활동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배출권 할당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