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여야는 내년 정부예산안에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안을 두고 충돌했다.
초·중·고 및 유치원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77조3000억원) 중 교육세 3조원 가량을 대학경쟁력 강화 사업에 투입하는 것에 진보성향 시·도교육감과 야당 측은 "동생 돈 뺏어 형님만 먹여살린다"고 입 모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시·도교육청 교부금 불용액과 자체 적립금이 '조 단위'에 이르는 가운데 모순되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가 '기재부 논리'를 따른다며 졸속예산 편성이라고 비판한 반면 국민의힘은 전 정권도 남아도는 교육교부금 개혁을 추진했다며 '교육청 기득권 지키기' 라고 맞받았다. '데뷔전'을 치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면서도 "특별회계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지역대학에 정말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한눈으로 봐도 졸속 예산"이라며 "특별회계는 '동생 돈 뺏어서 형님만 먹여 살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3조원 특별회계 전입 자체를 두고 "정부는 손해를 안 보고 초중등에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문정복 의원은 "국회를 통과할지도 미지수인 법안을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는 건 자가당착"이라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국가재정법 2개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을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도 '졸속 예산' 비판에 가세하며 "관련법 통과 전까진 특별회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고등교육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엔 여야 이견이 없다"며 "결국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 여유가 있는 부분의 돈을 써 균등하게 재정을 배분하는 게 좋겠다는 문제의식에서 교육교부금을 개편하려는 게 아닌가. 이 부분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올해 1월까지 적극 추진됐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시도교육청의 불용액 평균규모가 매년 1조7000억~1조8000억원이다. 이월액은 말 안했다. 불용액은 사업비가 과다계상됐다거나 불필요한 사업을 계상했단 것"이라며 "지금 시도교육청 기금 조성액이 5조4000억원인데 올해 10조원을 넘을 걸로 예상된다. 여윳돈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 예산이 쓸 데가 많고, 부족하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불용액이나 기금이 '0원'이었어야 하는데 본인들이 시행하는 정책과도 모순되는 행동"이라며 "돈이 줄어서 문제가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교육감이 지난해 9월 갑자기 일상회복 학급운영비 명목으로 관내 모든 학급에 100만원씩, 총 57억5700만원을 나눠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교부금법 제3조에 의해 부족한 부분은 별도로 증액 요구하도록 법에 보장돼 있어 여야가 일반회계에서 빼 올리면 되는 문제인데 교육감들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이 장관이 적극적으로 시도교육감들과 대화에 나서 설득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이 장관은 "어제 교육감들을 뵙고 같은 취지로 말씀드렸고, 큰 그림에선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초중등 예산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강한 입장들은 견지했다"며 "현장을 다녀보면 지역대학들이 정말 심각한 재정위기다. 국회에서 논의해 안이 나오면 교육부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기홍 교육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