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당장 유예하라"… 악받친 개미들 민주당사로 모였다

도입땐 15만명 1.5조 세부담 전망
"1400만 목숨걸려" 시위 연장예고
여당은 유예, 야당은 추진 '의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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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편드·채권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예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금투세 도입을 미뤄달라는 국회 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으며 개인 투자자들은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 부담 증가로 국내 증시에서 해외로의 주식 투자 이탈이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투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약 15만명이 1조5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시행 2년 유예안을 내놓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안대로 추진을 고집하면서 여전히 '샅바싸움' 중이다.

금투세 부과에 반발하는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의결이 이뤄지는 이달 말까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3일 오후에도 한투연 회원 60여명은 민주당사 앞에 모여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회원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금투세 유예를 촉구하는 문자도 보내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2024년 총선에서 낙선 운동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400만명 개인투자자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법안이 부결된다면 주식시장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민주당사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2~27.5%(지방세 포함)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을 매긴다. 금투세는 이와 달리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국내 상장 주식 기준,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에 무조건 부과된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입법 예고된 세법이다. 당시 세제 개편안에는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하는 방안도 담겼었다. 실현 손익이 아닌 거래에 따른 세금 부과인 거래세는 후진적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합의해 2020년 통과시키고 유예 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법이다.

금투세가 전면 도입되면 과세 대상과 규모가 그만큼 늘어난다.기획재정부는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1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인 '대주주'(1만5000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세수는 현재 2조원(2021년 연간 세수)에서 3조5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6월 정부는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이미 합의된 법안인만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상장주식의 세제상 이점이 사라져 해외주식으로의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장치 정비가 선행돼야 하며 제도 보완 등 추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실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정비하는 것이 먼저"라며 "금융사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도록 펀드 분배금을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야한 합의할 당시와 시장 상황이 달라지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다 최근 겨우 1300원대로 내려왔고 9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에는 흑자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미국 의 금리 인상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월간 거래대금은 작년 동월 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이 이런 약세장에 기름을 껴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에 대한 국민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청원은 지난달 12일 공개된지 약 15일만에 5만명(100%)의 동의를 받아냈다.

개인 투자자들은 청원에서 "금투세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 투자자의 '독박 과세'이며, 또한 거래세 폐지의 수혜자는 중개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단기매매비중이 높은 기관, 외국인 등이다"고 주장했다. 또 "1% 이내의 부자들만 해당하기에 99%의 개인투자자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1%도 안되는 강남신축아파트가 반값으로 폭락하면 99% 아파트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같은 시장 안에서는 무조건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한 개인 투자자는 "금투세 과세 대신 거래세를 낮춘다고는 하지만 거래세 감소 이익은 외국인과 기관 등이 볼 것이다. 거래세 인하로 '단타'(단기간 매매)를 부추기면 시장은 더욱 일희일비하며 불안정해질 뿐이다"라면서 "당장 큰 손들에게 국장(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져 그들이 나가면 개미도 당연히 피해를 본다"고 전했다.

여야 양측이 샅바를 팽팽히 잡고 맞서면서 내년 도입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주식 매도 계획 등을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자체 금투세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정부안인 '2년 유예'가 부의될 것이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없다면 그대로 부결돼 내년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예정대로 내년 초 시행이 불가피하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금투세 당장 유예하라"… 악받친 개미들 민주당사로 모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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