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
![[포럼] 메타버스 규제, 득보다 실 많으면 안 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2402102369029001[1].jpg "[포럼] 메타버스 규제, 득보다 실 많으면 안 된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메타버스 내 게임이 게임법 적용에서 제외되면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불법게임물 규제 한계와 사행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같은 신사업에 기존 게임 규제를 적용하면 산업 발전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 끝에 정부는 올해 안으로 규제기관이 합리적이고 일관된 규제에 활용할 수 있는 '게임-메타버스 구분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메타버스 등 신산업을 위한 새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메타버스는 콘텐츠 내용과 활용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게임형 메타버스, 비게임형 메타버스, 중간형 메타버스이다. '게임형 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게임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이다. 가장 전형적인 예로 MMORPG인 리니지, WOW(World of Warcraft), 검은사막, 소셜게임인 아이러브커피 등은 모두 게임형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다. VR 게임이나 포켓몬고와 같은 AR게임, 이런 게임들을 통칭하여 게임형 메타버스라 부를 수 있다.
두 번째는 '비게임형 메타버스'이다. 비게임형 메타버스는 그 안에서도 소셜형과 특수목적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셜형의 경우 대표적으로 세컨드라이프를 들 수 있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 네이버의 제페토, 이제는 소멸한 싸이월드의 경우가 소셜형 메타버스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간형 메타버스'이다. 이는 게임형과 비게임형의 중간에 위치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로블록스'가 있다. 로블록스는 소셜형 메타버스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플랫폼 내부 구조를 보면 많고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이 유저들을 흡수하고 있고, 또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을 양산해 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순수하게 소셜형이라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같은 메타버스 범주를 고려한다면 게임형 이외의 부분까지 포함해 메타버스 전체를 게임형으로 분류해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로블록스의 경우 무려 4000만개 이상의 게임이 존재하는 데 이를 사전 심의하기는 어렵다. 또한 특수목적형 메타버스처럼 특정한 목적에 맞추어 개발된 메타버스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게임기반 학습인 G러닝이나 기능성 게임, 의료나 교육용으로 많은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AR, VR 콘텐츠들은 심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 더구나 비게임형 메타버스의 경우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규제보다는 콘텐츠 그 자체의 '생존' 문제이다. 메타버스 출시 후 생존 확률이 높은 것은 게임형이다. 하지만 이런 게임형조차도 성공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1년간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출시되는 인디 게임만 해도 8000개 정도이지만 성공 확률은 1% 퍼센트 이하이다. 게임의 상황이 이러한데 비게임 메타버스, 특히 소셜형 메타버스에서 유저를 끌어 모으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지금 출시되고 있는 메타버스 대부분이 소리 소문 없이 소멸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게임물에 대한 심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파란을 일으켰던 사례도 있다. 2019년 2월의 '주전자닷컴' 파문이다. 플래시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는 사이트인 주전자닷컴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자작게임물 서비스 금지 통보를 받았다면서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주전자닷컴에 올라온 게임은 수익이 아니라 개인이 취미 삼아 만든 게임이 대부분이다. 게임위의 결정은 상업용이 아닌 청소년이 취미로 만든 게임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으로 정치권까지 문제가 번졌고, 결국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 등 개인개발자가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개발한 게임물과 순수한 창작활동 게임물 등의 경우에 대하여 등급분류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되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물 규제 시도가 '제2의 주전자닷컴' 사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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