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유보금 1000조 돌파, 낮잠 자는 규제혁파 속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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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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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대 기업이 쌓아둔 돈이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 사내유보금은 2012년 630조원에서 작년 1025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10년간 395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내유보금은 같은 기간 260조원에서 448조원으로 188조원 늘었다. 이 기간 사내유보금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보다 큰 것이 눈에 띈다. 사내유보금 연평균 증가율은 5.5%였으나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2.3%였다. 이에따라 매출액 대비 사내유보금 비율을 뜻하는 '유보율'은 2012년 46.7%에서 2021년 62.0%로 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은 세후 이익에서 배당, 성과급 등 외부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한 돈이다. 사내에 현금 및 다양한 자산 형태로 비축된다.

이렇게 주요 기업들의 유보금이 급증한 것은 대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고유가·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투자 발굴과 사업 육성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계속 사내에 비축되는 양상이다. 올 들어 이 수치는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선순환돼야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는데, 투자를 못하고 돈만 쌓아두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00조원이 넘는 돈이 묶여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혀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기업문화에서 창업 1세대의 과감한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들만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은 이윤이 생긴다고 판단하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게 생리다. 기업들이 왜 투자를 망설이는지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기업 유보금이 1000조원을 돌파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 및 세제 개혁 등 실질적인 투자 유인책이 따라야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경제'와 '민생'을 외치지만 정작 이를 집행하는데 필요한 법안들은 국회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대신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공세는 점입가경이다. 천문학적 유보금을 투자로 돌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규제혁파 법안들을 빨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그만 싸우고 기업이 투자에 나설 여건부터 만들어 주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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