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년이 주는 교훈](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29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년이 주는 교훈")
을사늑약 체결되자 음독자살 시도로 눈 다쳐
임시정부 사법총장·박달학원 설립해 인재양성
일생을 나라생각…병석에도 한인들 분열 통탄
올해 9월 25일 신규식(申圭植) 선생 순국 100주년을 맞아 각종 추모사업회와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43년의 짧은 생을 살다 떠난 독립운동가는 10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큰 울림으로 후손들을 일깨우고 있다. 그를 추모하며 100년 전 신규식 선생의 이야기를 찾아 떠나가 본다.
신규식 선생 서거에 대해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한 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일보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1922년 9월 27일자 동아일보에 '신규식씨 장서(長逝)'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다년 해외에서 조선 독립운동에 종사하다가 근년에 이르러는 상해임시정부 사법총장과 국무총장 대리의 중임에 있다가 신병으로 인하여 부득이 사직하고 병을 조섭(調攝; 보살피고 다스림)하던 중이던 신규식 씨는 한 달 전부터 병세가 더욱 더치어(더하여져) 25일 오전 9시 30분에 드디어 세상을 이별하였더라. 이번에 작고한 신규식 씨는 아직 나이도 장년 시대에 있는 유망한 인물로서 민족을 위하여 노심초사(勞心焦思)하던 끝에 억울한 가슴을 부여안고 그만 세상을 떠남은 어찌 하늘도 또한 무심타 아니 하리요. 신 씨는 눈이 원래 흘겨보는 눈이므로 언제든지 안경을 쓰는 것이 한 가지 특색이요, 안경 중에도 동아일보사에 찍힌 사진과 같은 특별한 안경을 쓰는 것도 그의 일화(逸話) 중의 한 가지라 한다."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년이 주는 교훈](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29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년이 주는 교훈")
신규식 선생은 흘겨보는 눈이므로 안경을 쓰는 것이 특색이라 하는데, 이는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음독자살을 꾀하여 오른쪽 눈을 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의 호(號)도 흘겨본다고 해서 '예관'(예觀)이라고 지은 듯 하다.
이어 9월 28일자 동아일보에 '즐풍목우(櫛風沐雨) 40년'이란 제목으로 신규식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경성에서 광업회사의 지배인으로 있다가 중국으로 간 후에는 남방 혁명가들과 많이 사귀어 단체를 조직해 가지고 활동하다가 임시정부가 됨에 사법총장의 중임에 있었고, 광동(廣東)정부에 조선 대표로 여러가지 교섭을 하였고 교육사업으로는 박달학원(博達學院)이라는 학교를 설립하여 여러 인재를 양성하고, 근일까지 진단(震檀)이란 잡지를 발행하여 사상을 고취하였고 종교로는 단군교를 위하여 힘썼다 말하더라."
북경(北京)에서 함께 지냈던 모(某) 청년은 동아일보에 신규식 선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내가 유학할 때에 북경에는 유학생 40명과 기타 조선인을 합하여 대략 300명 가량이 있었으나 그때까지 조선 사람끼리 아무 연락기관이 없었더니, 신 선생님이 와서 처음으로 300여명을 초대하고 회(會)를 조직하였으니 실로 북경에서 처음으로 조선인이 모인 회는 신 선생님으로 인하여 열렸고, 그때도 일본 정부의 수색이 심하였으니 심지어 중국 순경까지 신 선생님에게 감복해 늘 체포할 듯 하면 미리 알려주어 무사하였소."
장인(丈人) 되는 조종만(趙鍾萬)도 사위의 품성을 칭찬했다. "젊은 사람으로 그렇게 얌전한 사람은 없지요. 우리 집안에서 딸보다 사위를 더 사랑하였지요. 인정 있고 싹싹한 품이 나 보기에는 그런 사람이 다시 없었오. 식성이 짧아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였는데, 만리타국에 가서 얼마나 고생이 되었겠지요. 평시에는 편육을 매우 즐겼지요."
신규식 선생은 17세가 된 1896년 명문가인 한양조씨 규수 조정완(趙貞完)과 결혼했다. 장인은 군수를 지낸 조종만이었다. 신부는 혼인한 후 3개월 만에 남편이 신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떠나고, 얼마 뒤 중국으로 망명하면서 길고 긴 별거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신규식 선생의 조카 신필호(申弼浩) 선생도 그의 서거를 안타까워 했다. "그 어른은 40 평생을 오직 세상을 위하여 일을 하셨습니다. 집안에서도 여러 형제와 조카들을 한결같이 사랑하시고 모두 거두어 교육을 시키셨는데, 우리 형님은 미국에 가서 유학하시고 우리 삼촌이 독일 백림(伯林; 베를린)에 가서 공부하시는 것도 모두 당신의 주선이었지요. 도무지 모든 일이 꿈결 같습니다."
신규식 선생은 1880년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로 올라와 관립 한어학교(漢語學校)에서 4년 동안 중국어, 한국사, 지리 등을 배웠다. 1900년 육군무관학교에 입학해 1902년 육군보병 참위(參尉)에 임관됐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의병을 일으키려 했으나 실패하자 음독자살을 기도했다가 오른쪽 시신경을 크게 다쳤다. 군대 해산 후 인재 교육에 뜻을 두어 중동학교(中東學校)에서 교편을 잡다가 실업(實業)에 눈을 돌렸다. 광업회사(廣業會社)를 발기했고 공업계(工業界)란 월간잡지를 창간했다. 1911년 봄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했다. 1922년 5월 심장병과 신경쇠약으로 병석에 누웠다. 그는 한인들의 분열을 통탄하면서 25일 동안 먹지도, 말하지도 않다가 9월 25일 순국했다.
신규식 선생 뿐 아니라 친동생인 신건식(申健植) 선생도 독립운동가였다. 1921년 11월 6일자 매일신보에 그가 체포됐다는 기사가 보인다. "신건식은 상해임시정부 법무총장 신규식의 친아우인데, 상해임시정부로 들어가 참의(參議)가 되어 있던 바, 지난 7월 중에 조선 내에 비밀리 들어와 전도(全道)를 돌아다니며 독립 선전에 노력하였는데, 지난 31일 오후 10시경 만주로 건너가려고 압록강 철교를 건너가려다가 평안북도 경찰부 형사의 손에 체포되어 곧 의주경찰서로 인도되여 지금 엄중 취조하는 중이라더라."
정상적인 정치는 실종되고, 물고 뜯는 난장판만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내홍과 대통령 '설화' 진화에 급급하고, 거대 야당은 정치공세와 포퓰리즘 입법에 총력을 쏟고 있다. 결국 멍드는 건 국민들 뿐이다. 국민들은 비명인데 정쟁으로 날새는 정치권을 보니 신규식 선생 같은 분이 절실해진다. 9월 밝은 달을 보며 100년 전 돌아가신 신규식 선생을 위해 술이라도 한 잔 바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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