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외환건전성 문제없다" 했지만… 단기외채비중 42% 치솟아

대외건전성 지표 어떻게 봐야하나
국가신용평가 10년째 AA- 평가
무역적자·외환보유액 감소 불구
피치 "韓, 외부관리 충분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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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외환건전성 문제없다" 했지만… 단기외채비중 42% 치솟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정부도 최근 금융과 외환시장 불안으로 경제 위기 재발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시장 개입도 선언했다. 하지만 시장은 단기외채나 외국인 자본 유출 흐름 등을 들어 정부의 목소리에 큰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시장 간 싸움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대외건전성 문제 없다"= 정부는 "한국 경제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8위권의 외환보유액, 건전한 금융시스템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8월말 기준)은 4364억3000만달러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204억달러)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2012억달러)과 견줘 상당히 많은 규모다.

시중은행들이 위기 때 유동성 자산으로 외화자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도 124.1%를 기록 중이다. LCR은 고유동성 자산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유동성 규제다. LCR이 높을수록 자금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은행이 자체적인 여력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지표들을 근거로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이 혼란한 상황이 오면 많이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방법은 시장에서 달러를 정부가 사들이는 '달러 매수개입'밖에 없는데, 환율이 떨어지고 원화가 강세일 때 이뤄진다"며 "외환보유액을 급박하게 확충하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지금 시기에 달러 매수개입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에 갖고 있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대외순자산 규모가 지난 6월말 현재 7441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총외채는 6620억달러에 그쳐 외화유동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차관보는 외채와 관련해서도 "2008년 제일 큰 위기는 은행들의 리볼빙(만기연장)이 어려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특히 수출입 규모가 많아서 단기로 은행들이 빌려야 할 수요도 큰데, 외채가 줄면 외화를 못 빌린다는 의미여서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07년 대비 2008년 외채는 200억달러 줄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한국의 견조한 대외건전성은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가기에 충분한 수준의 안전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를 두고서도 "금리 인상과 성장 둔화 기조 속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잠재적으로 위험요인이 될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엄격한 신용심사 기준과 가계저축 등은 가계부채가 자산건전성 악화와 금융부문 전반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시장은 '반신반의'= 정부의 이런 열변과는 달리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다가, 7월에 소폭 늘었다. 올들어 줄어든 외환보유액은 266억9000만달러다. 4364억3000만달러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4303억달러)에는 부합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적정 외환보유액(7839억달러)에는 한참 못미친다.

게다가 만기가 1년으로 짧은 단기외채는 작년 2분기 1760억달러, 3분기 1630억달러, 4분기 165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 1750억달러, 2분기 1840억달러로 급증 추세다. 전체 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말 29.8%였으나 6월말 현재는 41.9%로 치솟았다. 1년내 갚아야 할 외채가 전체 외채(662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한 셈이다. 여기에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서며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달러로, 연간으로 사상 최대 적자가 확실하다. 외국인들도 국내 자본시장에서 달러를 빼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39조4000억원어치의 주식과 채권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올들어 5조6000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게다가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피치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대출 부실이 현실화되면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6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 늘었고, 기업부채는 2476조3000억원으로 10.8%나 불었다. 가계와 기업 부채는 4345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2분기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21.2%에 달한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은 994조2000억원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국가부채도 1000조원을 넘겨 7월 말 현재 1022조원에 달했다. 7월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6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조9000억원 늘었다. 글로벌 금융사인 모건스탠리는 달러화의 초강세가 세계 각국에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 상황인 것이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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