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감독에 저작권료 나눠주자는 법안… "이중부담" OTT 반발

일부 의원 '계약 자유의 침해' 주장
수익 분배 등 'K콘텐츠' 강화 취지
OTT업계 "보상 확대로 산업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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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감독에 저작권료 나눠주자는 법안… "이중부담" OTT 반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제공>



최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방송콘텐츠 생태계를 기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가지만, 저작권료 이중지급을 야기할 수 있고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출가, 각본가 등 일부 저작자에게만 보상청구권이 인정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OTT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유정주 민주당 의원에 이어 이달 19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영상 창작자의 보상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영상물 창작자가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OTT, 방송사, 영화제작사 등에 양도한 후 OTT나 방송, 극장에서 작품이 방영돼 수익이 발생하면 그에 비례해 저작자가 보상받을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은 저작자가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영화제작사 등에 양도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 복제, 배포, 방송, 전송 등의 권리를 모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해 영화 등이 크게 흥행해도 창작자가 흥행 수익을 나눠 받지 못한다.

이번 개정안은 제2의 '오징어게임' 사례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수상의 쾌거를 거두고 넷플릭스가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지만, 정작 감독과 배우들은 약속된 계약 금액 외에 추가 수익이 없어 공정한 수익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해서 K콘텐츠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성일종 의원은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에 제작비 약 300억원을 투자해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 제작사와 감독, 배우들의 추가 수익은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는 공정한 수익 배분과 정당한 배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상물 창작자 단체들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반면, OTT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창작자에게 추가 수익을 주는 당사자를 IP 보유자가 아닌 영상 최종제공자로 규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 드라마의 방영권을 복수의 OTT나 방송사가 구매해도 창작자는 이들 기업에 모두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최종 제공하는 OTT가 방영을 위해 콘텐츠 저작재산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는데도 저작자에게 별도 보상하는 저작권료 '이중지급'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업계 특성상 OTT가 대규모 투자 후 손실을 입는 경우도 빈번한데 추가 보상권이 확대되면, 가뜩이나 콘텐츠 투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넷플릭스를 겨냥해 만들어진 법이 자칫 부메랑이 돼서 토종 OTT나 플랫폼 업체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OTT 회사가 적자를 보더라도 해당 작품의 감독이나 작가가 OTT나 방송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제작자와 추가 보상 협의가 결렬될 경우 대가를 줬는데도 시청자에게 콘텐츠 제공이 중단될 수도 있어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추가 보상 대상이 연출가, 각본가 등 특정 역할에 한정될 경우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다른 창작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참여자들이 보상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객관적인 창작 기여도를 산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유럽, 남미 등에서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 보상 법률이 도입돼 있다. 유럽연합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은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양도할 때 대가 자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한 것이지 추가 보상은 규정하지 않았다. 적용 대상도 OTT, 방송사 같은 영상물 최종 제공자가 아니라 계약 상대방이나 IP 양수자다.

이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같은 목소리를 낸 만큼 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될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저작자의 불리한 협상력으로 인한 불공정 계약 문제는 현행법을 통해서도 대응이 가능하다. 추가 보상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최소한 지급 주체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발의돼 있는 법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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