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의 번복 등 논란 자초
주호영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취임하면서 권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 11일 만에 바통을 넘겼다. 당분간은 당내 문제와 거리를 두고 자숙의 시기를 보내게 됐다. 다만 그는 이날까지 마약유통 등 범죄와의 전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길 지하철 시위, 이재명-쌍방울 유착 의혹 등 현안 논평을 쏟아내며 대야(對野) 공격수로서의 존재감은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권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이 원내대표로서 마지막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가 교체되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하루빨리 당이 안정화되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똘똘 뭉쳐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저 역시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우리 당의 화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고향인 강원 강릉에서 2009년 18대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성했으며, 21대 총선까지 내리 당선된 강원권 최다선(4선) 현역 의원이다. 당초 '김무성계' 일원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정계 입문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외가가 있는 강릉에서 동갑내기 '죽마고우'로 지낸 인연이 조명받으며 정권 실세로 급부상했다.
그는 3·9 대선 승리까지 지근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조력하며 지난해 11월 당 사무총장으로서 지도부에 입성했고, 올해 4월 윤심(尹心)에 힘입어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집권여당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 장기화와,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속 '중재안 합의 번복' 등 논란을 자초하며 원내 입지가 줄었다. 이 전 대표 징계 후 당대표 직무대행 추인까지 받았으나, 윤 대통령과 나눈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내용이 노출돼 윤핵관 책임론에 휩싸였다.
직무대행을 내려놓고 출범 시킨 '주호영 비대위'조차 이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부분 인용하면서 좌초됐고, 이달 초까지 당헌개정과 '정진석 비대위' 출범을 위한 실무에서 원내대표 역할이 그치게 됐다. 차기 당권주자 일원으로까지 거론됐지만 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권 의원을 두고는 '지도력 입증'에 한계가 컸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수완박 합의 번복 소동이라든지 원내 협상 상황 판단에 서투른 것들이 있었고, 대통령 문자 사건 등에서 주도면밀함이 필요했다고 본다"며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매력은 있지만, 중책을 맡았을 때 그런 일들이 바뀌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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