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심사 유명무실… 금융위·금감원 출신 탈락자 단 3명뿐

금융권 고위직 출신들 무사통과
3년동안 업무연관 기관 제한불구
2년간 퇴직자 84명중 3명 불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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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심사 유명무실… 금융위·금감원 출신 탈락자 단  3명뿐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퇴직한 고위직 출신들이 금융회사·협회, 법무법인(로펌) 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재취업심사제도가 있지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2년간 재취업 심사를 신청한 퇴직자는 84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불승인' 또는 '제한' 결정이 나온 경우는 단 3명에 그쳤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퇴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경우 취업이 가능하다. 심사는 업무관련성이 있는 곳은 승인 또는 불승인, 업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 가능 또는 제한으로 판단한다.

지난 2년간 금융위 출신 퇴직자 가운데 취업 심사를 신청한 10명이 모두 재취업에 성공했고, 금감원에서는 74명이 취업심사를 신청해 단 3명만 불승인 또는 제한 판단을 받았다. 재취업 성공률이 96%에 달했던 셈이다.

재취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만 살펴보면 지난해 7월 금감원 국제국 1급 퇴직자가 방위산업공제조합으로 옮기려다 불승인됐고, 불법금융대응단에서 엠디엠으로 옮기려던 1급 퇴직자는 제한 처분을 받았다. 또 지난 4월 자금세탁방지실에서 근무하던 3급 퇴직자는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기려다 불승인됐다.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자들의 새로운 둥지를 살펴보면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심사 결과를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출신 퇴직자들이 재취업에 성공한 곳이 생명보험협회, IBK투자증권, 삼성화재, 손해보험협회, 한화생명 등 대부분 금융회사들인 탓이다. 이밖에 알루코, 법무법인 태평양, 티케이케미칼, 나라셀러, 한국금융연구원 등도 금융위 퇴직 고위 관료가 향한 곳이다.

금감원 출신 퇴직자들도 각종 금융회사를 비롯해 로펌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로펌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6명), 태평양(3명), 율촌(3명) 등도 금감원 출신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로펌들이 금융당국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최근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각종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과 관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료 출신이 금융당국과의 다툼 과정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인사가 채용된 직후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확률은 16.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당국 퇴직자 가운데 취업제한 기간 동안 연구기관 등에서 근무하다 고위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만 하더라도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임용됐으며,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퇴임 두달 만에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연구원에 자리를 마련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3월 '관피아 실태 보고서'를 발표, 고위공직자의 재취업과 관련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금융위·금감원 퇴직자가 금융회사나 로펌 등에서 근무하게 되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면서 "금융위원장 등 고위직까지 지냈으면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의원은 "금융당국의 공직자들이 퇴직 후 금융회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해이"라면서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재취업심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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