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 배터리 디지털화
생산·폐기·재활용 등 이력 추적
中은 이미 시행… 韓, 대비 필요
생산·폐기·재활용 등 이력 추적
中은 이미 시행… 韓, 대비 필요
1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EU 배터리 여권으로 살펴본 이력 추적 플랫폼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배터리 정보와 이력을 공유해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사용 연한 이후에도 재활용이 보장되도록 2026년부터 배터리 여권을 도입한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지켜야 하는 제도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대상은 용량 2kWh 이상인 모든 산업·자동차용 배터리다. 해당 제품을 유럽에서 팔기 위해서는 재료 원산지, 탄소 발자국, 내구성, 용도 변경, 재활용 이력 등을 기재해야 한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수입하는 사업자의 공급망 실사 의무도 포함했다.
EU가 요구하는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도 충족해야 한다. 2025년까지 코발트, 구리, 납, 니켈의 90%, 리튬의 35% 이상의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EU는 2030년까지 코발트·구리·납·니켈의 95%, 리튬의 75% 이상으로 목표를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의 안전성과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EU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배터리만 역내에서 거래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 이력추적 시스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정부 지원 하에 배터리 여권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BMW, 유미코어, 바스프 등 총 11개 배터리 관련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EU 배터리 여권 플랫폼 구현을 목표로 하는 '배터리 패스(Battery Pas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도 배터리·부품업체 30여개사로 구성된 민간 주도의 배터리 공급망 협의회(BASC)가 EU 시스템과 호환성을 갖춘 '일본식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을 올해 4월 제안한 바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국가 주도로 EU와 유사한 제도인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배터리 추적 플랫폼 'EVMAM-TBRAT'를 운영 중이다. 기업은 '배터리 재활용 추적관리'에 전기차 배터리 전 생애주기 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빅데이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EU의 배터리 여권 도입 시 선제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현재 관련 플랫폼이 없다. 지난 5일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를 전기차와 별도로 등록해 배터리 전 생애주기 이력을 공공데이터베이스에 담아 관리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개정 추진을 밝힌 상황이다. 배터리 이력 관리의 첫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지만 제도적 인프라가 미숙한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김희영 무협 연구위원은 "각국의 배터리 여권 대응 동향을 벤치마킹해 한국식 배터리 이력 추적관리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유럽 시스템과의 호환이나 정보 교환을 염두에 두고, EU 시스템 설계와 표준화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