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세계 최단` 에스컬레이터의 비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802102369061002[1].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세계 최단` 에스컬레이터의 비밀")
이 유니크한 에스컬레이터는 애칭까지 붙어 있다. 일명 '쁘띠 카레-타-'로 불린다. 아마도 '작다'라는 의미의 외국어 표기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상한 기계장치를 구경하고 탑승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해외 관광객도 꽤 있는, 나름 유명한 '핫 스팟'이다. 왜 이렇게 불필요할 수 있는 짧은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장소를 어떻게 명소로 진화시켰을까 궁금해진다.
세계에서 제일 짧은 에스컬레이터 '쁘띠 카레-타-'는 전철역과 연결된 상업시설인 '카와사키 모 아즈' 쇼핑몰 지하 2층에 있다. 이 장치가 설치된 것은 약 33년 전인 1989년 10월경이다. 이미 3년 전인 1986년 10월 가와사키 역 동쪽 출입구의 재개발 사업을 통해 건설된 지하 상업시설인 '카와사키 아제리아' 쇼핑몰 시설과 연결하기 위해 통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아제리아의 지하통로가 모아즈의 지하 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 문턱을 해소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협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설치장소 바닥 밑에 굵은 보(기둥)가 있는 게 발견됐다. 처음에는 공사 포기도 고려했지만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보'를 제외한 공간에 아주 짧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이 상향형 에스컬레이터 아래로는 5단의 계단이 있는데 원래는 에스컬레이터로 예정된 곳이었다. 이 때문에 5단의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없는 아주 재미있는 '놀이 기구'가 된 셈이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세계 최단` 에스컬레이터의 비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802102369061002[2].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세계 최단` 에스컬레이터의 비밀")
기네스 인증에 성공한 이 회사는 에스컬레이터의 애칭을 이용 고객으로부터 모집했고 약 1500건의 응모 안 중에서 이 '쁘띠 카레-타-'를 선정하면서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TV와 신문 등 미디어에 노출이 증가하면서 이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다.
특히 장치를 시공하고 관리하고 있는 히타치 빌딩시스템도 이런 화제성에 자연스럽게 편승했다. 이렇게 짧은 에스컬레이터 내부에 안전장치 등 각종 정밀기기를 배치하는 것은 구조상 제약이 많고 기술적으로도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홍보했다. 심지어는 히타치 CM을 '쁘띠 카레-타-'를 주제로 만들어 수개월간 방영하기도 했다.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가와사키시 가와사키구(區)는 특징적 건물, 기계설비 등을 '가와사키 산업박물관'으로 등록하고 시민들이 부담 없이 견학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중이다. 이에따라 '쁘띠 카레-타-'도 현대 산업문화재로 규정하고 소개하고 있다. 이 시설을 소개하는 일반 유튜버들이 촬영한 영상물이 총 700만여회 이상 시청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공사 착공 후 해프닝 끝에 뜻밖에 탄생한, 세계에서 제일 짧은 에스컬레이터 '쁘띠 카레-타-'.일반의 상식적인 유용성과 관계없이 고객서비스만 고려해 완성시킨 아집에 가까운 고집, 일개 사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살려준 조직의 유연성과 집념, 그리고 기발한 명명 마케팅, 제조기업과 자치단체의 PR 전략 등 이 모든 것들이 한 방향으로 융합돼 만들어진 '현대 산업 문화재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해외까지 알려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진화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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