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포럼] 디지털플랫폼정부, 개인정보보호가 관건](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102102369029001[1].jpg "[포럼] 디지털플랫폼정부, 개인정보보호가 관건")
이를 위해서는 자원, 조직, 시장은 물론 학문, 문화, 법·제도 등 관련 요소들이 기술 구현의 장벽을 제거하는 동시에 기술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공진화(co-evolution)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디지털 기술과 정부의 공진화를 지향하는, 시의적절한 정책목표이다.
데이터화된 개인정보의 활용이 위 기술들의 핵심요소인 만큼,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진화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국가가 보유한 방대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해 유출 또는 탈취된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된다면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정보주체인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을 것이다.
개인정보의 적극적 활용은 입법·행정·사법 과정에서 공익과 기본권을 형량하는 담론을 거쳐 정당성을 얻고, 유출사고 방지와 같은 소극적 보호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종사자들의 인식, 전문성, 책임성의 제고를 통해 높은 수준으로 확보돼야 한다.
지난 2020년 규제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역량을 기울여왔다. 법령의 제·개정, 정보시스템의 신설·변경 시 개인정보 관련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사전관리제도를 정착시키고, 지방자치단체의 개인정보 관리 수준 진단, 방역행정에 대한 실태점검 등 취약한 영역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자체의 위반행위에 대해 최초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실효성 확보를 위한 진전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공부문의 유출사고는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여 신고 건수가 2017년 2개 기관 3만6000건에서 2021년에는 22개 기관 21만3000건으로 6배 증가하였다. 또한 n번방 사건, 송파구 살인사건과 같이 행정정보처리시스템에서 유출된 신상정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킨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실태점검에 따르면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부문이 보유한 개인정보의 규모가 방대하다. 현재 23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은 1만6000여개에 달한다. 둘째,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대규모의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접속하는 등 이용체계가 복잡해 관리가 매우 어렵다. 셋째, 보안시스템 구축 예산과 전문인력, 효과적인 관리체계와 제재수단이 미흡하다. 개인정보 보호 전담부서가 있는 기관은 3.8%, 전담인력은 0.5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응하여 지난 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이 발표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취급자 계정 발급을 엄격하게 하고 접근 권한을 최소화하며 고의 유출 및 부정 이용 공직자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위험이 큰 집중관리 정보시스템에 대해서는 접속기록관리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개인정보 영향평가 예산을 필수 반영하며, 시스템 감리 시 개인정보보호 점검을 강화하도록 했다. 적정인력 배치가 권고에 머문 것은 아쉽지만,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내재화하기 위한 조치를 다각도로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전자정부는 2010년 UN전자정부 지수 종합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줄곧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세계에서 각광받을 전자정부의 모델은 정보의 보호를 기반으로 활용하는 모델일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국민에게 편리한 맞춤형 행정서비스, 과학적 의사결정,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는 플랫폼으로, 또다시 국제적인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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