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자유` 3년 외친 尹, 보수당이 외면… 김병준·윤희숙 일침은 필연

"당정·대통령실 뭘 하는지" 유기성 없는 尹정부
여권 3축 중 영혼없는 집권여당 책임 가장 커
윤희숙 "정권 찾아놓고, 보수당 목표가 뭐냐"
김병준 "대통령의 자유주의 외침이 가벼운가"
귀 닫은 與 '전파자 탓'…모래알 정당 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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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자유` 3년 외친 尹, 보수당이 외면… 김병준·윤희숙 일침은 필연
KDI(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출신의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 8월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경제특강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권이 표면적인 '지지율 위기'를 넘어 깊은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목표가 불분명하다.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방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대통령의 외침이 어디에도 전달이 안 된다"며 "내각·대통령실·정당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관가 안팎에선 '대통령실이 하달하는 게 없어 부처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장관 자리조차 비어있는 곳은 더 심각하다'는 풍문이 돌고 있던 터다. 여당 일각에선 '권영세·원희룡·한동훈 등 윤석열 정부의 장관들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의 대통령실·정부·여당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실태가 누가 보든 알 수 있을만큼 노출돼있다는 방증이다. 늘 '정치 군단'을 방불케 하는 더불어민주당과는 지극히 대조된다.

여권 3대 주체 중 가장 큰 책임은 여당(與黨)에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1인 대표성은 가장 크지만 선출되기 이전 당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당의 뒷받침 없이 추진력을 낼 수도 없다. 정부부처는 전문성에 입각해 흔히들 '영혼이 없어야 한다'고 하는 관료 조직이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그 상층부에서 '영혼'을 담당할 주체가 집권당이다. 그런데 국민의힘부터가 '영혼 없는 집권당'이 돼 있다. 최근만 봐도 '이준석 지도부' 붕괴 사태와 계속되는 일일(日日) 내부총질 정쟁으로 혼이 빠져 있다. 갈등사가 짧지만도 않고, 익명 발언자를 꼬집는 듯하더니 대통령 측근 자체를 죄악시하도록 변질된 '윤핵관' 따위 조어나 공천권 갈등 프레임만으로 설명될 것도 아니다. 지난 1년2개월여 간 당 대표가 대통령(후보)와 교집합을 찾긴커녕 '벼랑끝 전술'식 존재감 경쟁에 골몰했으니 '터질 게 터진' 결과로 본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관이 당내 자리 잡을, 토론 대상이 될 기회조차 없었고 '생활정치인'들은 허송세월했다. 현 시점으로 다시 눈을 돌려보면, 국민의힘은 25일부터 1박2일간 장·차관급과 지자체장에 대통령 참모진, 전례 없이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의원연찬회를 열었다. 머리와 몸통이 단절된 듯한 입장에서 '단합대회'가 절실했던 것 같다. 윤 대통령도 "당정 간 튼튼한 결속을 전부(다 같이) 만들어내자"는 단합 메시지 외엔 말을 조심한 모습이다. 그나마 쓴 소리는 나왔다. '임대차 3법 반대 레전드 연설'로 주목받은 이력의 윤희숙 전 의원은 선공후사(先公後私) 없는 당내 쟁투를 꼬집으며 "어렵게 정권을 찾아왔는데 도대체 보수당의 목표는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제전문가일뿐 아니라 '평준화 교육'을 제1 극복대상으로 꼽는 등 우파 철학을 담은 메시지를 내왔다.

윤희숙 전 의원은 "당의 지도부와 의원께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5년 동안 이뤄야 할 리스트를 아주 명확히 세우고 60년전에 우리가 그러했듯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가장 명징한 언어로 국민 앞에 내세우고 5년 동안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일사불란하게 하고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나란히 '자유 전도사' 역할을 해온 김병준 전 위원장도 이틀 전 국민의힘이 '일상적 정치'에 찌들어 '담론'을 고민하지 않는다며 개탄한 게 핵심이다. 그는 "대통령이 ('국가주의'로부터의) 레짐 체인지라는 혁명적 담론을 던졌는데, 이게 틀리든 맞든 '자유주의가 뭐고 어떤 자유주의가 성립할지' 치열한 논박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가볍게 취급된다"며 "일상적 발언이 혁명적 발언을 뒤덮어 대통령을 무차별한(차별점이 없는) 대통령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에도 그는 '사람 중심' 아닌 '가치 중심' 논쟁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 내 반응은 '일상적 정치' 수준에 머물렀다. 김 전 위원장을 공부모임 연사로 초청한 김기현 의원은 "사실 인수위에서 앞으로 5년간 '이런 가치를 지향해 이런 결실을 만들겠다'는 게 돼야 했었는데…하나도 기억 안 난다"며 당권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전 인수위원장)에 화살을 돌렸다. 한 초선 의원은 "('자유'의) 개념이 분명하게 정해져야 국민이 납득하고 따라올 것 아닌가"라면서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전파하지 않는 문제가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만 35회, 8·15 경축사에서 33회, 심지어 지난해 6월말 대선 출마선언에서도 22회로 최다(最多) 언급한 키워드가 '자유'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조차 '자유시민의 저항권' 개념으로 풀이했는데 이제서야 질책을 듣고 개념 탓을 한다. 소 귀에 경을 들려준 격이라고 자인한 것인지.

윤 대통령은 출마선언 당시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고 문재인 정부를 겨눴다. "자유민주국가에선 나의 자유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존엄한 삶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다.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한 것"이라고도 했다. 개인의 사유재산과 신체·언론의 자유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고 동시에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안 된다는 '소극적 자유관'이 주를 이룬다. 국가가 세금을 함부로 거둬선 안 되고, 걷은 혈세도 함부로 써선 안 된다는 공공혁신 기조가 맞닿아 있다. 그러면서도 개인이 자유를 자각하고 향유하려면 최소한의 생활여건이 보장돼야 하고, 국가가 이를 도와야 한다는 '적극적 자유관' 역시 배합돼 있다.

대통령 취임사에까지 당 대표가 "자유 한 사발 하셨다. 자유를 그냥 뭐 자유로 국수를 삶아서 자유로 양념을 얹고 결국 원샷했다"고 빈정댔을지언정, 국민의힘의 책임있는 구성원들이라면 간과해선 안됐을 메시지다. '교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신분일 때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밀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인생책으로 꼽았고, 총장 취임사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역할을 강조했다. 당시 대검찰청 측이 "신임 총장은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추천서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까지 꼽았다.

일관되게 '사상서'를 골라줘도 외면한 데다, 당내 싸움과 무(無)철학 정치로 지지층마저 놓치니 정당으로서 직무유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재명 당시 후보의 자서전 격인 '인간 이재명'을 띄우고, 당 대표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읽고 독후감을 써올리라는 요구를 했다. 우상숭배를 보는 듯했는데 '재명학(學)'을 자칭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전방위 '촛불' 선전을 했고, 주류교체가 진행 중임에도 정권 이양 직전까지 당청이 '검수완박' 입법 알박기에 혼연일체가 됐다. '한동훈 법무부'가 홀로 각을 세울 뿐이다. 국민의힘은 '투톱'끼리 들볶는 동안 원칙없는 검수완박 합의와 뒤집기에, 피살 공무원 월북조작 사건을 "장기간 소비할 주제냐"고 따지는 혼선만 노출했다. 외양만 거대양당이지, 훈련 수준 차이를 보자면 "이대로 가면 우리는 5년 뒤에 진다"는 김 전 위원장의 말이 과언이 아니다.

hkh89@

[한기호의 정치박박] `자유` 3년 외친 尹, 보수당이 외면… 김병준·윤희숙 일침은 필연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이 지난 8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와 체제변화, 그리고 가치정당의 문제'의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 주최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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