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측근정치 참사, 대한민국의 위기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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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칼럼] 측근정치 참사, 대한민국의 위기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정부위기를 자초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위기까지 겹친 셈이다. 경제위기는 달러부족으로 인한 외환위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GDP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을 보면 한국은 28%다. 스위스와 홍콩은 140%, 싱가포르는 120%, 대만은 90%,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60%대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 전 세계에 뿌려진 달러화를 미국 내로 환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오미크론의 새로운 변이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더 심각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대외 무역여건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최근 4개월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이미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을 넘어섰다. 유가폭등, 물가인상에 이어 외환위기까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제위기임을 대통령이 몇 번 언급한 적은 있다. 그런데도 정권 스스로 초래한 정부위기 때문에 국가적 관심을 집권여당 정치에 모두 빼앗겨버렸다. 정부위기는 대통령 스스로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인사 스타일 때문에 발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한마디로 정권교체 여론이었다. 좌파정권을 우파로 교체하라는 요구는 부수적이다. 문재인정권 하에서는 몇몇 단체들이 인맥과 이익관계로 똘똘 뭉쳐, 정부, 권력기관, 민간협회, 언론 등의 핵심요직을 모두 장악하고, 그들만의 잔치를 개혁인양 포장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지지세력 키우기에 올인 한 결과였다.

이러한 네포티즘(nepotism, 족벌측근정치)을 국민이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해 정권교체를 외친 것이다. 당시 야당 정치 지도자들도 측근정치주의자들이었다. 그래서 소신과 원칙을 중시하던 윤석열이 단번에 정권교체의 적임자가 된 것이다. 새로운 인물이 기성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서 소신과 원칙을 세워보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등장하자마자 국민을 실망시켰다. 모든 정부요직의 인선을 결국 대통령과 그 핵심측근 몇몇과의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해 결정했다. 법무장관 후보자가 열댓 명이 나섰는데 모두 검사출신이었다는 사실은 무얼 말해주는가? 내각에 참여한 교수들은 특정학교 출신으로 채워졌다. 실제로 정권교체를 위해 몇 년 동안이나 투쟁하고 부정선거 차단투쟁까지 벌인 시민단체 출신은 모두 배제되고, 불과 몇 개월 선거캠프에서 윤대통령과 안면을 익힌 사람들이 새 정부 인사도 좌우했다. 기성 정치권에 진 빚이 없기에 얼마든지 신선하고 대표성 있는 인물들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윤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네포티즘 속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측근을 챙기고 안면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은 이미 알려져 버렸다.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과의 안면 위주로 당권이 장악되게 되고, 관변단체의 책임자들도 결국 대통령의 인맥으로 둘러싸이는 형국이다. 윤대통령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네포티즘을 많이 초래한 초선 정치인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70·80년대 공공부문이 한국경제를 이끌던 시대가 아니다. 신남방정책, 4차 산업혁명 혁신국가 정책 등 그럴싸한 포장으로 돈 뿌리기 정책을 펼쳐나가 봐야 결국 성과는 민간이 독자적으로 올리고 사후 합리화시켜주는 식의 정책에 불과하다. 정부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정책은 위기관리다. 다가올 위기를 선도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미리미리 펼쳐나가는 일이다. 그러려면 개인적 인맥에 연연하지 않으며, 다양한 직언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주변을 배치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본인 및 윤핵관들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우선시 하다 보니, 과거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우려 하기 보다는 책임을 피해가는 식의 인맥관리를 잘한 전문가들 속에 스스로 갇혀 버린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 위기탈출을 위한 국정동력의 급격한 소실은 청와대 인사가 부른 참사다. 대한민국의 참사로 연결돼야 그걸 인정하는 길을 되풀이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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