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發 글로벌 신냉전] 대만해협 건넌 펠로시 자극적 행보… K-반도체·남북관계 악영향 우려

대만 방문에 美·中 일촉즉발
중국군, 병력 이동까지 포착
北 "내정 간섭" 비난에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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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發 글로벌 신냉전] 대만해협 건넌 펠로시 자극적 행보… K-반도체·남북관계 악영향 우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싸움에서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던 중에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까지 중국을 자극시키는 바람에 압박감이 더 심해졌습니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1박2일간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G2(미국·중국) 충돌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자존심을 건 확전 양상을 띨 시나리오까지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이날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대만에서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는 주대만미국협회(AIT)에서 화상으로 류 회장과 회의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TSMC의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대만이 대(對) 중국 반도체 공조를 강화하면,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칩4(미·일·대만·한국) 동맹' 가입 압박이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행보는 한·중, 남북 관계 등 외교·군사적 파장은 물론 반도체 등 산업 전반의 지형까지 흔들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후 다음으로 향한 행선지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대만발 갈등의 불똥이 한반도로 번질 것을 재계는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미국과 중국 모두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고,국회의장끼리 의전을 맞추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외교전략은 '한·미·일 대(對) 북·중·러' 등 진영구도에서 보면 선택지 자체가 좁아질 수 밖에 있다.

당장 반도체를 앞세운 경제패권 다툼에서 미·중 양국은 한국의 선택을 한층 압박할 분위기다. 미국은 '칩4'에 참여할지 여부를 정부에 이달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답변 시한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무작정 시간을 끌 수도 없다.

이에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60%가 자국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들며, 칩4 동맹에 가입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현실 상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원천기술과 장비 없이는 반도체 첨단공정을 유지할 수 없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당장 찾기도 어렵다. UN컴트레이드 등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국가별 반도체 장비 수입의존도는 미국이 25.7%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25.0%, 네덜란드 25.0%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모두 옮길 경우 우리 반도체 업체가 감당해야 할 10년 간의 유지비가 지금보다 50% 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이 역시 고민이다.

외교·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자칫 신냉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것이 큰 틀에서 한국 외교에 제약 요인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특히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후 다음으로 찾은 행선지가 한국이라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 관심을 끈다. 4일 오전 카운터파트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이 직전 방문지인 대만,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 상황에 대해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이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의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할 소지가 있다. 북핵 문제는 미·중국이 협력해야 할 대표적 사안이기 때문에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북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비난하고 중국과 공조를 과시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모두 펠로시 의장의 방문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국내 정치적 의도가 담겼기 때문에, 양국 모두 신경전 수준에서 수위조절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가을 열리는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도 '호랑이와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미·중간 갈등에서 실리를 찾으려면,양국의 속내를 정확히 짚어내 대외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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