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마치고 공식 업무 시작
"앞으로 소외 계층 복지에 초점
국가미래 초석 다지기 힘써야"
"앞으로 소외 계층 복지에 초점
국가미래 초석 다지기 힘써야"
인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부족민 출신 대통령 드라우파디 무르무(64)가 25일(현지시간) 취임식을 마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수도 뉴델리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한 무르무 대통령은 "인도의 빈민은 꿈을 꿀 수 있고 이를 실현할 수도 있다"며 "나의 대통령 당선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소외 계층의 복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젊은층에겐 "개인의 미래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국가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데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인도 동부 오디샤에서 태어난 무르무 대통령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부족 산탈 공동체에 속했다. 인도의 부족민 수는 약 전체 인도 인구의 7~8% 가량인 1억400만명으로 추산된다. 카스트 등 인도 전통 사회질서에 포함되지 않은 변방 집단으로 여겨진다. 인도에서 원주민 민족집단은 헌법에 '지정 부족'으로 정해져 있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이다.
그는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부족민 권리 관련 이슈를 제기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정치 활동을 펼쳤다. 이후 오디샤주에서 상공 부문 부장관(공식 명칭은 국무장관) 등을 역임했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르칸드주의 주지사를 맡았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후보로 나선 그는 최근 연방 상원·하원, 각 주 의회 의원 등이 투표한 간접 선거에서 약 6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부족민 출신으론 처음이며, 여성으로는 두 번째 대통령이다.
1980년대부터 무르무와 알고 지냈다는 BJP 관계자는 무르무에 대해 "직설적이고 단순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비로우며, 오만함이나 거드름이 없고,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며 겸손하다"며 "정치인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 원수지만 실제로는 의전 등을 주로 수행하는 상징적 존재다. 의원내각제 정치 체제를 채택한 인도에선 총리가 내각을 이끌며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다. 대통령 선거도 국민 직접투표가 아니라 인도 연방 상·하원, 각주 의회 의원 등 4896명이 투표하는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무르무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인도의 빈민, 소외 계층, 탄압받는 이들에게 분수령이 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무르무의 당선 소식에 그가 자랐던 우파르베다 마을에선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노래하고 춤추며 축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도 대통령에는 소수 집단 출신 인물이 종종 선출됐다. 3대 자키르 후사인 대통령, 5대 파크루딘 알리 아흐메드 대통령, 11대 압둘 칼람 대통령 등은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 신자가 아니라, 소수로 분류되는 이슬람교도였다.
4대 카스트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최하층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으로는 10대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 직전 대통령인 람 나트 코빈드 등이 있다. 여성으로는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이 2007년 처음 당선됐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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