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걱정 말아요, 그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302102269045001[1].jpg "[우인호 칼럼] \"걱정 말아요, 그대\"")
고유가·고물가·고금리 등 신3고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를 문재인 정권이 월북자로 '만들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서도 아니다. 문재인 청와대가 탈북어민의 귀순의향서까지 숨긴 채 '강제' 북송시켰다는 반인권적 행위가 밝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지만, 스스로는 정치적 핍박을 받고 있다는 얼토당토아니한 소리를 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범죄 의혹을 딛고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되려고 하는 이재명 의원 때문도 아니다. 재확산 조짐이 보이는 코로나19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작곡가 유희열 때문이다. 동년배의 유희열 씨가 만든 음악을 듣고 즐기며, 그를 좋아했던 내 과거의 일부 시간들이 심하게 훼손당한 듯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많은 이들이 지금 비슷한 심경일 터이다.
지난 한 달 간 유희열 씨 작품 일부가 일본의 유명 음악가 등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한 달 전 유희열 씨의 '아주 사적인 밤'이란 제목의 곡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를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곧 유사성을 인정했고 사카모토도 "괜찮다"고 말해 논란은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표절 시비가 쏟아지고 있다. 유희열 씨는 침묵하고 있다. 창작의 고통도 모르고, 듣고도 표절인지 아닌지 제대로 분간 못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사실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유희열 씨일 것이다. 수 백 곡을 창작했던 자신의 과거가 모두 부정되는 상황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유희열 씨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라는 걸. 그의 곡들을 좋아했고, 그가 음악 후배들에게 해줬던 따뜻한 말들에 감동을 받았고, 그의 가벼운 유머 코드에 웃음지었던 사람들의 '마상'도 치유될 수 있는 길임을.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 말아요, 그대.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다시 거울 앞으로 돌아와 스스로에게 또 "걱정 말아요, 그대"라고 말해주고 싶다. 국민이 북한군의 총탄에 살해당하고 불태워지도록 '방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걸 '친북 이미지 씌우기 신색깔론'으로 규정하며 옹호하는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치는' 성상납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도덕적인 심판을 받고도 정치적 탄압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보통 사람은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는, 수많은 범죄 의혹 속에서도 "조금만 더"를 외치며 당권 접수에 나선 이재명 의원에게 분노하지 않고 유희열 씨에게 잠깐이나마 분노하고 있는 자신을 다독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 열거한 분들은 충분히 그럴 사람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유희열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배신감이 더 큰 것이라고. 그래서 화도 유희열 씨에게만 난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다. 분노의 크기가 국가폭력 〉직권남용, 횡령, 배임 〉성상납, 증거인멸 〉표절 순이 맞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걱정 말라"고 위로하고 싶다.
가사의 울림이 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곡'으로 여기기도 하는 '걱정 말아요 그대'도 표절 시비가 있었던 곡이다. 가수 전인권 씨가 사실상 표절을 인정하기도 한 이 곡의 원작은 1970년대부터 활동했던 독일의 '맨발'(영어로 bare foot)이라는 그룹의 '함께 한 잔 해요'(Trink doch eine mit)라는 곡이다.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 맥주 한 잔 하자고 손을 내미는, 신나지만 따뜻한 곡이다.
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시기보다,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험난한 경제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서로 걱정하지 말라"며 함께 술 한 잔 권유하고 위로해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는 걱정만 커져가고 있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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