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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올해는 기초과학 점프의 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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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정책본부장
[포럼] 올해는 기초과학 점프의 해 돼야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초과학을 '자연 현상에 대한 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공학·의학·농학 등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 원리와 이론에 관한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초과학이란 공학이나 응용과학 따위의 밑바탕이 되는 순수과학으로 자연과학의 기초 원리와 이론에 대한 학문을 뜻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기초과학이란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인류의 삶의 증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발전의 밑바탕이 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는 UN이 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백신, 치료제, 진단 검사, 바이러스 분석 등이 모두 기초과학이 큰 역할을 한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2022년을 '세계 기초과학의 해'로 지정했다. 일찍이 근대화나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과학기술 역사는 너무 짧다.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역사는 1960년대부터, 기초과학은 1980년대 말부터 시작했다. 1989년 과학기술처가 "기초과학연구진흥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응용기술의 소화, 개량을 통한 경제발전 정책"에서 "기초과학의 육성을 통한 창조적 기술개발 정책" 으로의 국가적 정책을 전환하면서 기초과학연구진흥법을 제정하여 국가적 차원에서의 기초과학을 강화해야한다는 의지가 강력했음을 보여주었다. 1988년 한국과학재단 부설 '기초과학연구지원센터'로 출발한 현재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이 바로 필자가 소속된 기초과학발전을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기초과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노벨과학상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혁신의 해답을 기초과학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벨은 유언에서 기초과학 분야에 해당하는 물리,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분야에서 중요한 발견을 위해 가장 헌신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수여하게 했는데, 현대 기초과학 분야에서 중요하고 새로운 발견은 혁신적인 첨단연구장비의 활용 또는 개발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여 새롭고 중요한 발견을 이끌기 위하여 새로운 분석원리를 창안하고, 분석기술 및 연구장비를 개발하며 분석원리 응용 확대 등을 추구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견인하는 학문 분야를 분석과학이라고 칭한다.

1901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전체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 분석과학 분야 관련 수상자는 줄잡아 4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면 2014년 노벨화학상은 광학현미경 개발 이후 130여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분해능의 한계를 극복하여 단일 분자 단위의 나노세계의 영상화를 가능하게 한 초고분해능 형광현미경 개발에 영광이 돌아갔다.

2017년 노벨화학상은 그 전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움직이는 생체분자를 급속 동결한 상태로 원자 수준의 3차원 구조 관찰을 가능하게 한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술 개발에 수여되었다.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의 진흥을 위한 연구시설·장비 및 분석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 수행"을 임무로 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확보가 어려운 첨단연구장비를 설치·운영하여 기초과학연구를 위한 연구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13종의 국가 최고수준의 연구장비 등 총 638점(도입가격 기준, 2965억 원)을 보유하여 자체적으로는 분석과학 한계도전 연구 및 국가적 수요 기반의 연구장비 개발, 국가연구인프라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분석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대외적으로는 분석과학 개방형 연구원으로서 연구장비·시설의 산학연 공동활용을 통한 연구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분석과학 분야에서의 KBSI 자체 성과로는 간 대사질환 혁신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농산물 원산지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동위원소 지도 개발, 코로나19 초고감도 신속진단기술 개발, 국산 3D 홀로그래피·인공지능기술 개발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2년(2020∼2021) 동안 매년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5건이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으며 국내외 공동·융합 연구를 비롯해 산학연이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초과학 연구의 결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한 연구를 할 수 있고 연구성과가 있기까지 필수불가결한 인프라 구축·운영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주기는 과거에 비해 매우 짧아졌다. 기초과학에서 응용기술 개발에 이르는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첨단과학이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2022년 세계 기초과학의 해를 맞아 한국 기초과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온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협업이 강조되는 추세에 발맞추어 도전하고 혁신하는 미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아낌없이 이뤄지도록 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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