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한 채 닥치는대로 드르륵… 피로 얼룩진 美독립기념일

기념퍼레이드중 옥상서 총기난사
최소 6명 숨지고 40명 이상 부상
주변 지역들도 행사 전격 취소
경찰, 22세 용의자 검거해 조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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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한 채 닥치는대로 드르륵… 피로 얼룩진 美독립기념일
사건 용의자로 붙잡힌 로버트 크리모[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피로 물들었다. 4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하이랜드파크에서 기념 퍼레이드를 노린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로버트 E 크리모 3세(22)로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래퍼로 알려졌다.

CNBC,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크리모는 이날 시카고 외곽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경찰은 '별다른 사고(without incident)' 없이 그를 검거했다. 경찰은 크리모가 얼굴과 목 등에 문신을 한 래퍼로 소총을 손에 든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장면 등 유튜브와 다른 플랫폼에 폭력적인 영상을 올렸었다고 밝혔다.

크리모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영상 2개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유튜브 페이지 영상으로 지난 2021년 1월2일 한 공항 밖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행령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환영 인파 속에 있던 크리모의 얼굴도 나왔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는 지난 2019년 하이랜드파크 시장에 출마했지만 낙마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범행 당시 크리모는 여장을 한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총격이 벌어진 하이랜드파크는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부유한 마을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주민 3만명 중 90% 정도가 백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멕시코 국적자 1명이 포함됐다고 멕시코 외교부 고위관리가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하이랜드파크에서 오전 10시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10여 분 뒤였다고 시카고 지역 매체들이 보도했다. 총성이 울리자 수백 명의 행진 참가자가 의자, 유모차, 담요, 세발자전거 등을 내팽개치고 대피했다. 목격자인 마일스 자렘스키는 CNN방송에 자동소총 소리와 비슷한 20∼25발의 총성을 들었다며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의 부대 행사인 어린이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5살 아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주민 지나 트로이아니는 AP통신에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지고, 헤어진 가족을 찾는 등 혼돈이 벌어졌다"면서 "유모차를 버리고 아이만 안고 뛰어서 대피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총격범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옥상에서는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능 소총 1정이 발견됐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현장 녹음물에는 30발 정도의 고속 연사가 두 차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용의자 1명의 단독 범행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벨리 대변인은 이날 총격이 "완전히 닥치는 대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범행의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날 총격은 미국 전역이 독립기념일 축제 분위기에 들뜬 가운데 벌어져 더욱 충격을 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이랜드파크는 물론 노스브룩, 에번스턴, 디어스필드, 글렌코, 글렌뷰 등 시카고 북쪽의 주변 지역들도 독립기념일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번 독립기념일에 미국 공동체에 다시 슬픔을 안긴 무분별한 총기폭력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J.B.프리츠커(민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미국의 축제가 미국 고유의 병폐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다"며 "독립은 1년에 한번씩 기념하는데 대형 총기사건은 일주일마다 치르는 전통이 돼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다른 국가들이 개탄하도록 한 대형 총기사건 뒤에 다시 불거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여장한 채 닥치는대로 드르륵… 피로 얼룩진 美독립기념일
미국 시카고 교외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총격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의 대피 돕는 경찰관들[AP/시카고트리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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