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 대한항공 수천억 손실 불가피… 포스코·대우조선도 `발등의 불`

항공기 리스·유류비 달러 결제
4~5월만 5000억 이상 평가손실
정유·철강·조선도 부담 늘어나
식품업계, 원가절감 방안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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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 대한항공 수천억 손실 불가피… 포스코·대우조선도 `발등의 불`
대한항공이 환율 상승으로 수천억원의 평가손실 발생이 추정되는 등 항공, 철강, 정유, 조선, 식음료업종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통상 수출 중심 기업들은 달러 강세 기조가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특히 원재료를 달러로 사오는 기업들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게 돼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압박이 더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항공 직격탄…철강·정유도 부담= 23일 재계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고환율 기조에 가장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비용과 유류비 등을 달러로 구매해 환율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5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251.11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30원(11.6%)가량 올랐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 두 달 동안에만 5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 호조로 1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형국에 고환율 기조까지 덮쳐 2분기에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유와 철강업종은 원유·철광석 등의 원재료를 달러로 사들인다는 점에서 비용 압박을 생긴다. 두 업종은 모두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의 '내추럴 헤지'로 대응하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는 부담 요소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원유를 달러로 도입하지만 석유 제품을 생산·수출해 상당 부분 상쇄된다"면서도 "원유를 도입하는 외화부채가 있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외화환산 관련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평소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가동 중으로 환율이 장기간 급락하지 않는 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의 경우 선박 건조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매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의 경우 선박 가격보다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인상이 더 빠른 편으로 원가 부담이 체감되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車도 예의주시…식음료도 영향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는 환율에 따른 환차익 효과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해외 수입 비중이 큰 반도체 장비의 경우 환율에 더해 고유가에 따른 물류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전자·가전업계의 경우 최근 해외 현지 생산·판매 전략을 택하면서 환율에 대한 영향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로 가전과 IT제품에 대한 수요가 약화되면서 고환율에 따른 피해 우려가 2~3차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자동차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먼저 올 1분기 환율 재미를 봤던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이 해외 판매 물량으로, 올 1분기엔 환율 효과로만 55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반영됐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대비 부품 비용 부담이 확대됐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으로 상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자동차 부품사들은 완성차에 비해 수출 비중이 낮아 고환율에 따른 이득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달러 강세 기조는 환차손을 입는 구조고,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신차 가격 인상이나 프로모션 축소 등이 전략이 이미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더 상승하면 이중고에 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농심 관계자는 "주요 원재로 중 하나인 밀가루는 국내 제분사 통해 매입하고 있고, 밀가루를 제외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은 50% 이하"라면서도 "국제곡물가격, 팜유 등 원재료 값이 이미 너무 올라서 환율이 더 오른다면 이중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PC그룹의 경우 각 계열사의 재경부서는 해외 수입 원재료의 구매 주기와 특성을 고려해 환위험 헤지 전략을 마련해놓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 원재료인 원맥(밀가루), 커피생두, 유제품은 제품의 품질 확보가 우선으로 대체 원료를 검토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대체생산지와 대체 원료 활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는 상황이다.

고환율 기조와 원가상승을 대비해 유제품, 수입버터 등 주요원재료의 경우에는 선도구매에 상반기 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기도 했다. 해외영업, 물류포워딩 사업에 따른 외화입금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구매부서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다각도로 원가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율에 영향을 심하게 받는 일부 원재료에 대해서는 대체생산지, 대체원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달러 강세 기조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고환율에 따른 글로벌 가격 경쟁력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기에 환율뿐 아니라 고유가와 고금리 현상까지 겹친 상황이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대폭 뛴 만큼 정부 차원에서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환율 영향까지 더해져 과거 고환율 시기보다 수입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전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진 만큼 한국 수출 기업들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희석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수출로 버텨줘야 하는데 유가 상승 등에 무역수지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물류비 상승 등으로 수출 부담이 커진 만큼, 수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수연·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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