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9주년을 돌아보며 기쁨으로 가득 찼어야 할 회식은 어느샌가 터놓지 못했던 속내를 터놓는 자리가 됐고 끝내 일곱 멤버들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찐 방탄회식'에서 소주, 와인, 막걸리, 위스키 등 각종 주류와 안주를 앞에 둔 채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각자 시간을 갖고 돌아오면', '팀 활동을 지금처럼은 못 하겠지만', '챕터 2'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언급하면서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뜻을 밝혔다.
리더 RM은 "운 좋게 방시혁 프로듀서님을 만나고 빅히트(뮤직)를 만나고, 이렇게 재능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방탄소년단'으로 음악을 할 수 있었다. '아미' 여러분이 우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던 그는 눈물을 머금은 채 "내가 쉬고 싶다고 하면 죄를 짓는 것 같다. 신곡 '옛 투 컴' 가사는 내가 생각하는 (RM으로 살아가는) 지금 이 버전 우주의 최선"이라고 했다.
슈가는 "이 일을 하면서 즐거운 순간도 많았지만 괴로웠던 순간도 많았다. 100살이 될 때까지 방탄소년단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허리를 굽힌 채 지팡이를 짚은 동작을 하기도 했다. 슈가는 "그동안 랩을 해왔고 잘하는 것이니 하고 있지만, 장르를 바꾸고 싶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보컬 연습에 더해 영어와 일본어 공부, 기타·건반·화성학 레슨, 춤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내' 정국도 웃음기를 걷어내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정국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말할 때가 왔어야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된 것 같다. 우리도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성장해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명히 지금보다 더 나은 7명이 돼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해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걱정하지 말고 기대하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될 제이홉은 지금이야말로 팀에게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은 찢어져 봐야 다시 붙일 줄도 알게 된다. 그래야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이 단단해질 수 있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플랜'이라고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지민은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공을 '아미'에게 돌리면서 "모든 것은 '아미'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아미'를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어렵다, 이야기 꺼내는 게"라고 말하며 한숨 짓기도 했다. 정국, 제이홉 등 다른 멤버들도 눈가를 훔치자 슈가는 "우리가 해체한다는 것도 아니고 잠깐 떨어져서 살 수 있다", "오래 하려면 이럴 수밖에 없다. 울지마"라며 다독였다.
'방탄소년단 2막'을 이야기하던 멤버들은 마지막 술잔을 '아미'에게 바치며 "아포 방포!"(아미 포에버, 방탄소년단 포에버의 줄임말)라고 외쳤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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