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국의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참여로 인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태양광과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로 한미 경제 협력 분야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대기업 중 GS, 두산, 한화 등은 태양광과 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중심 사업으로 두고 투자와 해외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GS그룹은 앞서 지난달 25일 총 21조원 규모의 향후 5년간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14조원을 SMR, 수소, 신재생발전 등 미래 에너지 부문에 집중한다. 두산그룹도 같은 날 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MR은 출력이 300㎿ 규모로 대형 원전과 비교해 규모가 약 10% 수준인 소형 원전이다. 크기 대비 효율이 높아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GS그룹 주력 계열사인 GS에너지와 두산그룹 맏형인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의 주주로 참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차세대 SMR 개발에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계 인증 심사를 완료하는 등 전 세계에서 SMR 기술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최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다.
뉴스케일파워에 따르면 이 기업은 현재까지 전 세계 10개 국가에서 SMR 도입을 위한 18건의 MOU를 체결했다. 뉴스케일파워의 SMR 수주가 늘어날수록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미 지난 4월 미국 아이다호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제작을 맡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뉴스케일파워가 개발·설계를 담당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제작을 맡는 방식이다.
한화솔루션도 미국 태양광 사업의 호조가 기대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 내 태양광 패널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했다.
취임 직후부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내비쳐 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태양광 제품의 국내 생산을 가속하겠다는 정책을 본격화한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앞서 지난달 미국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1.4GW 규모의 모듈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1.7GW의 현지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계획대로 증설을 마치면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서는 최대 규모인 3.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미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는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퀄컴, GM코리아, 구글, 블룸에너지 등 미국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동행했으나 일정 동안 구체적인 투자가 나온 것은 넷플릭스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가 국내에 1억 달러 규모의 특수효과 제작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것에 그쳤다.
재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톱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의 공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는 지난해 경기도 화성 공장을 증설해 국내에서 생산 규모를 2배 확대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GS타워에 위치한 GS에너지 본사에서 이병수(오른쪽부터) 삼성물산 부사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존 홉킨스 美 뉴스케일파워 사장,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