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인플레이션 시대, 기업가들의 방향타가 달라졌다

아태지역 기업들, 매출 성장·신사업 확대보다 이익에 초점
기업들 비용 최적화 가운데도 "혁신·디지털화 투자 늘릴 것"
산업에 가장 큰 영향 미칠 신기술로는 AI와 디지털화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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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될 즈음 전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 폭풍이 글로벌 기업가들의 경영 방향타를 바꿔놓고 있다. 기업가들은 매출 성장과 신제품 개발에서 이익 및 시장점유율 향상으로 경영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최근 '2022 가트너 CEO(최고경영자) 및 고위 경영진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고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매출에서 이익 성장으로 단기 경영전략의 초점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트너는 이번 조사에서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 등의 CEO(최고경영자)와 고위 경영진 410명을 대상으로 향후 1~2년 간의 시장 접근 시각과 전략을 물었다. 조사는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이뤄졌으며, 382건의 온라인 설문조사와 28건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트너는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 경영자들의 고민과 우선사항, IT 및 디지털 투자에 대한 중요성 인식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뒀다. 조사결과는 리오프닝으로 인한 기회 속에서도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 세계화 후퇴 등의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당분간 공격적 확장보다는 효율성과 안정성에 초점을 둔 경영활동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 조사 시점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리스크가 커진 만큼 이 같은 기조는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안경애의 온테크]인플레이션 시대, 기업가들의 방향타가 달라졌다
<출처:가트너, 2022년 5월>

◇아태지역 CEO "성장보다 이익·점유율 높이겠다"

성장은 여전히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은 다중위험의 시대에 '고객'과 '비용관리', '매니지먼트', '효율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관리와 효율성 향상을 통해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것.

CEO들은 2022년의 3대 전략적 비즈니스 우선순위 중 성장을 여전히 1등으로 꼽았지만 나머지 요소에는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성장과 신시장 확장을 꼽았던 경영자들은 올해 들어 특히 아태지역 중심으로 접근이 달라졌다. 아태지역 CEO들은 이익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21년 아태지역 CEO의 3%만 이익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2022년에는 18%로 급증했다. 이는 '지리적 확장'과 같은 비율로, 두 요소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매출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비율은 19%에서 12%로, 신시장 진출은 15%에서 7%로 낮아졌다.



◇다각화·신제품 출시보다 핵심 사업 집중한다

상당 수의 아태지역 CEO들은 사업 다각화나 신제품 출시, 매출 확장 기조에서 벗어나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접근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고객, 비용관리, 매니지먼트, 효율성·생산성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응답이 두자릿수에서 세자릿수의 큰 증가율을 보였다.

경영자들은 디지털과 IT에 대한 투자도 이 같은 접근에서 하고 있다. 기업들은 2022~2023년 디지털과 IT를 활용해서 기대하는 성과로 '기존 시장에서의 신규 고객 확보'(56%)와 '시장 점유율 증가'(50%)를 꼽았다. 기업의 고객들도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경영자 10%만 "인플레이션 장기화될 것"

그러나 이 같은 기조변화가 장기적인 전략 선회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 조치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다시 매출 성장과 신제품 출시로 초점을 바뀔 전망이다.

경영자의 72%는 2022년 노동력을 제외한 투입 비용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심각성은 훨씬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CEO들은 또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10%만이 장기적인 경향이 띨 것이라고 답했다. 45%는 1년 이하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CEO들은 이에 대응해 비용 최적화(36%), 가격 인상(34%), 생산성·효율·자동화(18%)에 나서고 있다. 이는 더 나은 수익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반영된 결과다.



◇경영자들 "제품·혁신 경쟁력 차별화에 총력"

이 가운데 경영자들은 2022~2023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과 혁신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꼽고 투자하고 있다.

핵심 경쟁력 차별화 요소 2가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경영자들은 제품·서비스(22%)라고 답했다. 그에 이어 혁신·R&D(13%), 지리적 확장(10%), 제품·서비스 품질(9%), 기술(9%), 브랜드·신뢰도(8%), 디지털화(8%)가 꼽혔다.

[안경애의 온테크]인플레이션 시대, 기업가들의 방향타가 달라졌다
<출처:가트너, 2022년 5월>

◇"비용 줄이더라도 혁신 투자 유지해야"

이와 관련해 가트너는 기업들이 이익과 효율성에 우선순위를 두더라도 혁신과 매출 성장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비용 최적화를 위해 인력이동을 하더라도 지식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성장 프로젝트에 최소한의 핵심 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을 때 성장 이니셔티브를 신속하게 재개하기 위한 계획을 개발할 것을 조언했다. 이와 함께 성장 및 혁신 프로젝트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직원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회사가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혁신활동이 주춤해진 사이에 다른 기업에서 혁신 관련 업무 기회를 찾기 위해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



◇아태지역 경영자 77%는 IT, 71%는 디지털 역량 투자 늘린다

디지털화 흐름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아태지역 CEO들은 비용 최적화 노력 가운데도 기술 관련 비용은 절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기업의 75%는 2022년에 IT와 디지털 관련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다만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라인 최적화에 투자를 늘릴 계획으로, 디지털 혁신에 대한 투자는 2021년 정도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진 않을 전망이다.

2022년 아태지역 경영자들의 77%는 IT, 71%는 디지털 역량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자산 및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경영자는 26%에 그쳤다. 자산·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경영자도 19%에 달했다.

경영자의 63%는 사람과 문화 개발, 59%는 제품 개선을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직원 고용, 영업, R&D·혁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59%, 57%, 55%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기술 관련 지출을 늘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다른 모든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CEO들은 디지털 기술이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핵심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고, 그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전통기업 중 지난 10년간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선두주자와 그들의 뒤를 따라간 후발주자간의 격차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가장 앞선 선두그룹이 후발주자보다 평균 4년 정도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디지털 기업을 제외하고 전통기업 간에도 관련 격차가 크다는 것.



◇경영자 35% "디지털 비전과 목표 상향 조정할 것"

경영자들은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이 그들의 산업에 진입해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디지털 기업들과 전통기업 간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디지털 기술 투자 수요를 견인할 전망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경영자의 35%는 디지털 비전과 목표를 더 높게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47%는 디지털 투자속도를 이전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16%만 속도를 늦추거나 잠시 중단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거시경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은 더 빨라질 것임을 의미한다.

가트너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이후 매출 성장 기조로 빠르게 돌아서려면 여러 단계의 디지털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첫 단계는 기업과 고객의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되, 후속 단계에서는 이 같은 경쟁력 위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고객경험 구현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CEO 45% "직원 퇴사 물결에 직면"

가트너는 또한 글로벌 CEO들이 2022~2023년에 두 번째로 중요한 비즈니스 우선순위로 인력을 꼽았지만 아태지역 경영자들이 체감하는 인재 문제의 심각도는 글로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분석했다.

아태지역 CEO의 약 3분의 1은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의 퇴사 물결이 이어졌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CEO 45%보다 낮은 수치다. 아태지역 CEO의 38%는 또한 필요한 사람을 찾고 고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CEO 49%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아태지역 CEO의 59%는 고용 관련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태지역 CEO들은 향후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신기술로 인공지능(18%)과 디지털화(13%)를 꼽았다. 그러면서 AI를 사용한 작업 자동화, 고객과의 디지털화된 상호작용, 사물인터넷 센서를 사용한 산업용 자산 최적화 등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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