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급여를 깎는 것은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자 깎인 임금을 소급해서 돌려받을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각 기업 인사팀과 변호사·노무사 사무실에 관련 내용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한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는 "이달부터 당장 적용되는 것이냐, 기존에 받았던 것을 소급적용해서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랐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던 모든 근로자가 임금을 원래 수준으로 올려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깎인 임금은 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지만 임금채권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난 금액에 대해서는 원래 수준으로 돌려받기 어렵다.
근로자가 소송을 통해 자신의 회사에 대해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분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해당 근로자가 일한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3년 이상 지난 임금에 대해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효가 길어질 수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법원이 임금피크제를 운영한 것을 '불법행위'로 간주할 경우 10년간 임금 삭감분에 대해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업무량이 줄었거나 다른 한가한 보직으로 발령난 경우 줄어든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근로의 대가가 임금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서 현격히 줄어든 직무를 맡겼다면 적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2심에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쟁점이 됐으며 대법원에서도 거의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을 깎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게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법조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 관련 줄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원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단의 지표로 삼는 업무 동일성, 정년 연장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질 전망이며, 또 시효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2016년 시행)으로 노동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면서다. 박근혜 정부는 '60세 정년' 의무화를 앞두고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확대에 힘을 쏟았고 모든 공공기관이 2015년 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용 중인 곳의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16년 46.8%, 2017년 53.0%, 2018년 54.8%, 2019년 54.1%로 증가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 시내 거리의 중년 남성.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