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임기를 마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지금의 한국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며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 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과감하게 청산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의회정치의 모범"이라며 "일방적으로 뒤집혀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가) 자기편 박수에만 귀 기울이지 않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자"면서 "국민 통합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특히 "국민 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하다"며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지도자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협치는 성공한 예를 찾기 어려운데, 한국의 정치제도는 승자독식의 제왕적 구조여서 필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저는 소통을 으뜸으로 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며 '군주민수(君舟民水·군주는 배, 국민은 강물과 같아서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를 마음속에 깊숙이 새겼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거의 모든 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며 "20년 가까이 논란이 됐던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치법을 여야가 한마음으로 처리했고 여야의 다른 법안들도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중재에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검수완박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수준 높은 수준의 합의"라면서 "국민 투표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단계의 합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에 가까운 시민단체조차 반대했던 법안을 강행처리 한 사건을 두고 '정치권의 합의'라는 이유로 의회주의의 모범으로 평가한 것이다. 박 의장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취재진이 질문하자 "나는 검수완박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도 했다.
한편 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의 탈당 등 편법이 진행된 것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위법은 아닌데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가 합의해서 대국민에게 발표한 것은 4월 27일, 28일 관련법 합의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이고 이는 정치권 약속을 넘어 대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합의문과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옳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