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대한민국 콘텐츠를 맥없이 무릎 꿇리고 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비참하고 불안할 뿐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따르는 앱 퇴출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원성이 확산되고 있다. 6월1일부터 구글이 요구하는 인앱결제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모바일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강제 퇴출된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글 인앱 결제 강행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앱 마켓의 인앱 결제를 규제한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지만 여전히 상황은 더 나아지지도, 달라지지도 않은 채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의 위상은 오히려 한풀 꺾이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전자출판협회·한국만화출판협회 등 출판 업계와 한국웹툰산업협회·한국웹소설작가협회 등 콘텐츠 업계, 법무법인 지향이 참석했다.
국내 웹툰·웹소설, 출판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대처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 회장은 "잘못된 것을 마땅히 바로잡고 더 이상 문제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면 그 상실감과 무력감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며 "결국 모두가 구글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제시하는 가이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민호 한국만화출판협회장도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 문제는 사실상 결제 방식이 아닌 수수료율의 문제로, 최대 30%까지 올라간 수수료를 서비스제공자, 창작자, 이용자가 각각 어떻게 분담하느냐로 귀착될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자 들은 수수료 급등으로 인한 수익구조 개선방안으로 콘텐츠 이용금액을 인상하거나, 수수료 대부분을 창작자에 전가시킬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의존력을 높이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구글은 앱 마켓을 떠나지 못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만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있다"며 "웹 마켓을 보유하고 있는 쇼핑 앱이나 배달 앱은 인앱 결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앱은 언제든 앱 마켓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사용자가 인앱 구독을 중단하는 경우 개발자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만 구글은 타사 결제 처리 서비스와 달리 개발자가 해당 정보를 수집하거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은 구글의 내부 정보화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을 제재하는 해외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EU(유럽연합)는 디지털세 신설, 디지털서비스법·디지털시장법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규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현석 계명대 교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의한 경쟁 제한 행위나 불공정 거래행위는 유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EU의 입법적 조치를 살펴보고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안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구글은 지난 4월부터 앱 개발사들에 인앱 결제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사 인앱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은 개발사들의 앱은 오는 6월 1일부터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할 방침이다. 앱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글의 이같은 요구에 웹툰·웹소설은 물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음원 등 국내 주요 콘텐츠 업체들이 줄줄이 이용 요금을 올리고 있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수수료 부담이 큰 일부 전자책 출판업체와 웹소설 작가 등은 조만간 구글의 횡포와 관련해 민사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윤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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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