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자본잠식 가능성
자구책 실질적 위기극복 어려워
경영정상화에 혈세 투입될수도
연료비 연동 요금 정상화 필요
자구책 실질적 위기극복 어려워
경영정상화에 혈세 투입될수도
연료비 연동 요금 정상화 필요
한전은 당장 발전사들에게 전력구매 대금마저 바로바로 주지 못하고 1주일 뒤에 줄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분·부동산 처분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연료비 인상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없으면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고물가에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인 정부가 전력구매상한제 시행 등 우회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 결국 한전 경영정상화에 2008년처럼 국민혈세가 투입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적자 규모(5조8000억원)를 2조원 가량 웃도는 액수다.
한전은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출자 지분이나 부동산 등을 가능한 최대한 매각하고, 해외사업 구조조정, 긴축경영 등 6조원 이상 재무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자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렇게 6조원을 조달하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한전이 의존해온 회사채 발행도 한계에 다다랐다. 현재 한전은 회사채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데, 당장 올 1분기에만 15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국전력공사법'은 한전의 사채 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두 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년 누적발행 회사채는 전력채와 외환사채 등을 모두 포함해 약 74조원 규모다. 사실상 올해 발행분까지 포함하면 회사채 발행한도(91조8000억원)를 모두 채웠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전 경영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전력시장에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이 생긴다.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하면 상한을 1개월간 적용하고, 가격은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로 제한하는 식이다.
다만 거래가격에 상한선을 긋더라도 한전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긴 어렵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MP 평균은 182원, 과거 10년 평균은 120원이다. 10년 평균의 1.25배에 해당하는 값이 150원임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한전의 전력구매비 절감효과는 킬로와트시(kWh)당 32원 정도다.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 등이 현 수준이라면 연간 5~6조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추세가 지속하면 한전은 내년 상반기에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라며 "SMP 상한제 도입으로 연간 5조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흑자로 전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근본적으로 연료비 등에 연동한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가 오른 연료비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2008년 사례처럼 한전 경영정상화에 정부 예산, 즉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2008년 한전이 2조79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6680억원을 지원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기요금 정상화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연료비 상승 등) 대외적 요인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