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尹정부, 고통분담 호소할 때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 입력: 2022-05-19 17:23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시론] 尹정부, 고통분담 호소할 때다
윤석열 정부는 국무총리도 없이 반쪽 내각으로 출범, 첫 국무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 2명을 빌려와 정족수를 채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야당이 된 민주당은 새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 몇 달은 정쟁을 멈추고 여야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관례, 이른바 허니문은 이미 사라졌다.

오죽하면 '검수완박' 법안을 빗대 '국특완박'(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하자는 말까지 나올까. 입법자들이 앞장서서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여론까지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라고 하는 등 인사청문회의 장면도 개그콘서트를 뺨치는 코미디였다.

'한국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한 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5년에 한 말이었다. 많은 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섰는데 정치는 4류에 머물거나 뒷걸음질이다. 그러한 정치에 경제와 국민의 삶이 매달려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삶은 이어져야 하고 경제는 꽃을 피워야한다. 어려운 과제다. 안보는 불안하고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앞장설 테니 기업과 노동계, 국민 모두가 고통분담을 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모두가 혜택을 바라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얽히고설킨 문제를 도깨비 방망이 한 방으로 풀 수는 없는 일이다.

돈 쓸 곳과 지원해야할 대상은 즐비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정부는 재정에 한계가 있다는 걸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2017년까지 누적된 국가채무는 660조원, 올해 말에는 107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국가채무를 400조원 늘렸다. 심한 빚잔치를 한 셈이다. 빚을 지더라도 생산력 확충에 투자해야 했는데 그러하지 않았다.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면 썩는다면서 모든 걸 돈 풀어 해결하려했다.

지난 정부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급속 인상, 경직적 52시간제 등등의 정책은 경제와 기업에 깊은 주름살을 남겼다. 조금만 기다리면 호전될 것이라며 희망고문도 했다. 일자리를 세금으로 만들면서 고용사정 호전이라고 했다. 탈(脫)원전의 폐해는 한전의 적자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건 하나의 작은 예에 불과하다. 한 번 무너진 원전생태계의 복원도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을 5년 간 12만9000명 늘렸다. 역대 최대 증가였다. 공무원·군인 연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 충당 부채(퇴직자와 예비 퇴직자에게 추후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는 752조원(2016년)에서 1138조원(2021년)으로 늘어났다. 공무원의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할 이유다. 몸집이 부풀러진 공공기관의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늦을수록 재정파탄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포퓰리즘 공약을 과감히 손절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와 520개 실천과제를 임기 안에 모두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5년 임기의 정권이지만 최소 20년 후의 바람직한 한국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한 5년의 살림을 살아야한다.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처럼 인기 없다고 쳐다보지 않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귀족노조의 불법과 폭력을 방치한다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성장과 복지는 자전거의 앞뒤 바퀴와 같다. 개혁을 서둘러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 지속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지속적 복지를 뒷받침한다. 급하다고 재정으로 복지를 지탱하면 그 끝은 재정파탄이다.

덧붙이고 싶은 사족 한마디가 있다. 대통령은 모든 실상을 외면한 채 "잘 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보좌진을 가려내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고, 내편만 감싸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