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조만간 가상화폐를 적법한 결제 수단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만투로프 장관은 이날 한 포럼에 참석해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시기와 규제 방법에 대해 중앙은행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만투로프 장관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먼저 가상화폐 사용 규제를 만들고 그 다음 정부가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2020년 가상화폐에 법적 지위를 부여했지만 법적인 지불수단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행정부와 중앙은행이 대립했다. 러시아 정부도 처음에는 불법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가상화폐를 지불수단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올해 2월 재무부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놓는 등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반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가상화폐 사용이 국민의 행복과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가상화폐의 채굴·거래 등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18년 재무부가 가상화폐 발행과 유통을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자산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가상화폐의 발행·유통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도 가상화폐가 반정부 단체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며 중앙은행에 가상화폐 금지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올해 1월 보고서에서 추정한 러시아 국민의 연간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50억 달러가량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작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계 3위의 가상화폐 채굴 국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가상화폐로 제재를 회피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