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역 발전, 지방주도 혁신클러스터가 답

임덕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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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지역 발전, 지방주도 혁신클러스터가 답
코로나 대유행으로 힘든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기가 더해졌다. 정신없지만 4차 산업혁명은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고 거리에서 전기차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우리 곁에 다가온 변화는 또 있다. 바로 지방의 소멸이다. 젊은이는 떠나고 빈 집은 증가하고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90년대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공장총량제가 시작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건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상당한 활력을 제공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를 틀면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금요일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이 퇴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어서 주변 식당 주인이 주말에 사람들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된다는 식의 인터뷰 장면이다.

필자가 있는 세종은 지금은 수도권 통근 버스도 없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상가가 공실로 있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도시로는 미흡하다. 혁신도시들도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론 신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구도심은 황폐화되고 수도권보다는 주변 도시의 인구를 흡수하기도 한다. 지방대학의 미달 사태, 기업 인력의 남방한계선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먼저 지방 소멸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출산율 저하, 일자리 부족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어떤 지역이 발전하는 조건으로는 하드 측면과 소프트 측면의 조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드 측면에서 보면 지리적 조건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은 기후나 경관이 좋아 관광산업이 발전한다. 또는 천연자원이 풍부해서 이와 관련된 산업이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리적 조건은 발전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라 하더라도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국가도 많이 있다.

소프트 측면을 보면 지역발전 전략과 실행 능력, 혁신친화적 문화, 기술혁신 생태계 등이 대표적 조건이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는 2002년 '마케팅 플레이스'(Marketing Place)라는 책에서 잘못된 도시 발전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투입된 자원이 낭비된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도시 발전의 숨겨진 성공 요인으로 인프라 구축, 숙련된 노동력, 기업창업, 공공·민간 파트너십, 지역에 적합한 기업 유치, 지역의 매력요인 창조, 서비스 친화적 문화 형성 등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조건들을 도시 발전을 위해 구현해나가는 역량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현대차가 앨라배마주에 진출할 때 주 차원에서 획기적 지원을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세금감면, 도로, 용수 등 인프라 구축, 주민들의 성원 등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기업인 구글, 테슬라, 아마존 등이 사업을 확장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주별로 기업 유치를 위해 엄청난 당근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기업유치를 위한 전쟁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수도권의 자원을 정치를 통해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가? 수도권의 자원을 지방으로 가지고 오는 정치인이 유능하다고 인정되고 이에 표를 주는 것이 아닌가?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옮겨간 직원들은 주말 부부로 떨어져 사는 가구도 많은데 지방정부나 지역주민이 이들을 환영하고 지원한다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으로 이전하게 된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방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역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지방의 자생력 확보만이 정답이다. 산학연관 힘을 모아 지역에 맞는 산업과 기술은 선정하고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자생력 없는 상태에서 수도권의 자원만 물리적으로 이전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의 샌디에고, 오스틴 두 도시는 과거 좋은 대학은 있지만 기업은 별로 없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대학총장, 주지사, 산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그 결과 샌디에고 바이오클러스터, 오스틴 IC2클러스터가 탄생하고 도시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광주의 광산업 클러스터, 경기의 판교 혁신클러스터는 지역의 자체적인 노력에 중앙정부의 지원이 더해져서 발전하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즉 지역의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할 때 지방의 지속발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과거의 생산위주의 산업단지형 발전 전략이 아니라 혁신클러스터 조성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에 의존하여 수도권 자원의 이전을 통한 지방균형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기술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통한 지역의 자생경쟁력 확보만이 정답이다. 또한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 주도, 중앙정부 지원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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