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모델 등 공격적인 마케팅
거래액 3000억에도 수백억 적자
시장 경쟁 심화에 흑자전환 더뎌
머스트잇과 발란, 트렌비 등 이른바 '명품 플랫폼 빅 3'가 지난해 나란히 손실폭을 키웠다. 3사의 손실액은 지난해 6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매출이 늘수록 적자폭도 커지는 '이커머스식 경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가치를 높여 상장하거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주주만 돈을 버는 쿠팡이나 티몬 등의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머스트잇과 발란, 트렌비는 지난해 거래액 3000억원 돌파에 나란히 성공했다. 머스트잇이 전년 대비 40% 늘어난 3500억원으로 1위를 지켰고, 지난해 4분기에만 2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빠르게 선두권으로 진입한 발란이 315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트렌비도 전년 대비 거래액이 3배 가까이 늘어난 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3사를 합친 거래액 규모만 9650억원에 달한다. 캐치패션, 무신사 부티크, 구하다 등 후발주자들까지 고려하면 어느새 1조원이 훌쩍 넘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다만 시장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버는' 사업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빅 3' 모두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기 ？문이다.
2020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머스트잇은 지난해 발란과 트렌비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어쩔 수 없이 수익성보다는 규모 확대에 치중한 전략을 펼쳤다.
이에 지난해엔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발란과 트렌비도 손실폭이 확대됐다. 발란은 2020년 64억원에서 186억원으로 손실이 늘었고 트렌비는 102억원에서 330억원으로 3배 이상 손실액이 커졌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다 보니 거래액이 늘어나는 만큼 손실도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 해서 마케팅을 줄이기도 어렵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마케팅이 곧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3사 모두 지난해 주지훈(머스트잇), 김혜수(발란), 김희애(트렌비) 등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선보였고 광고 론칭 직후 매출이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신규 사업자들이 진입하면서 명품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쉽사리 '수익성 중시' 경영으로 전환했다가는 고객을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명품 플랫폼 업계가 2010년대 초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이 이끌었던 이커머스처럼 '적자 경쟁'에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이커머스들은 '선확장 후이익' 기조로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날로 심해지면서 아직까지도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차별화된 서비스나 상품보다는 비용을 들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것이 주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명품 플랫폼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마케팅으로 회사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매각해 대주주들이 돈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규 시장의 특성 상 초기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면 1위 자리를 쉽게 뺏기지 않으리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머스트잇의 최대 주주는 78.76%의 지분을 보유한 조용민 대표다. 최형록 발란 대표와 박경훈 트렌비 대표도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목표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된다면 지분가치만 수천억원 이상에 달하게 된다. 신현성 티몬 창업자 역시 500만원의 창업자금으로 세운 티몬 지분을 매각해 약 3000억원을 손에 쥔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규모를 키우는 스타트업이라면 기업공개(IPO)나 엑시트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명품 플랫폼 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명품 플랫폼 4사의 모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수(발란), 주지훈(머스트잇), 조인성(캐치패션), 김희애(트렌비). <각 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