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푸틴發 `핵 그림자`, 이러다간 다 죽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5/2022050402102269061001[1].jpg "[박영서 칼럼] 푸틴發 `핵 그림자`, 이러다간 다 죽는다")
개전 초기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협박했다. 침공 사흘 후인 2월 27일, 서방 국가들이 경제제재를 결정하자 푸틴 대통령은 '핵 억지력 부대'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핵전력 강화에 돌입했다고 보고했다. 이 후에도 푸틴 대통령은 계속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의회 연설에서 "서방이 군사개입을 하면 전광석화 속도로 보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반격의 모든 수단을 다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핵위협은 냉전 시절에도 없었던 '진지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위협은 이제 단순한 협박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 약 200초 안에 파리, 런던, 베를린을 핵무기로 강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초조해진 이유는 자칫하다간 전쟁에서 질 수 있는 상황에 몰려있는 탓이다. 현재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당장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전선에 배치하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스웨덴 핀란드까지 나토 가입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기면서 나토 가입 확대를 막기 위해선 마지막 수단인 핵무기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게 됐다.
냉전 시절 핵 공격은 상상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보복 핵공격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상호확증파괴' 가능성 때문에 '공포의 균형'을 이뤘다. 그런데 지금은 핵무기가 실용화됐다. '전술핵'이다. 폭발력은 작아지고 사거리는 짧아졌다. 단거리 미사일, 폭격기, 함정, 잠수함, 그리고 대포를 통해서도 발사된다. 그렇다고 '작은 핵'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 절반에 해당하는 전술핵을 뉴욕 맨해튼에서 터트리면 50만명이 죽는다. 전술핵은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췄고, 핵을 사용가능한 무기로 만들었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 이후 나토의 동쪽 확장에 맞서 이런 전술핵을 계속 개발해 왔다. 러시아는 전술핵 분야에서 미국보다 우위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불리해지면 전술핵 사용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핵을 쓰면 기존 재래식 전쟁의 열세를 한방에 만회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니아 옥토를 유린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핵이 터지면 광대한 토지는 농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 휴전 후 미래의 재침공을 고려해 본다면 가성비 높은 옵션이다.
핵 위협의 경종이 울렸다. '공포탄'이 아닌 듯하다. 냉전 때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냉전시대에도 대참사까지 갔던 아슬아슬한 순간은 수십 번 있었다. 허나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의 이성이 작동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다.
푸틴이 핵버튼을 절대 누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핵전쟁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은 극단적으로 가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서있다. 핵무기가 사용되면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될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핵전략을 강화할 것이고 핵군축의 흐름은 완전히 역류할 것이다.
핵무기 사용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침착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일단 핵억지력을 러시아가 갖고 있으니 모든 외교적 노력을 동원해 핵사용을 포기시켜야 한다. 동시에 핵무기가 인류를 망하게 할 끔찍한 도구라는 인식을 대대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핵 억지력에 의해 평화가 유지되었다는 환상을 깨면서 종국적으로 핵 폐지로 가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인류가 산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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