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안 해도 AI가 대신 프로그램 개발
전문성 부족해도 '시민 개발자' 활약 가능
말만으로도 SW 만드는 시대 열릴 전망
LG CNS·업스테이지·vtw 등 속속 채택
"알파코드가 보여준 결과는 내 기대 이상이었다. 알파코드는 유망한 경쟁자 수준으로 코딩을 해냈다." 지난 2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AI(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가 인간보다 코딩을 잘 하는 AI로 조명받은 알파코드를 공개한 후 코딩 플랫폼 '코드포스'의 설립자 마이크 미르자야노프가 한 말이다.
알파코드의 등장을 지켜본 개발자들은 로코드나 노코드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곧 닥칠 일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알파코드는 전문가 5000명 이상이 참여한 코딩 대회에서 상위 54%의 성적을 거둬 인간 평균 수준 정도임을 보여줬다. 딥마인드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알파코드가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코딩 대회에서 논리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를 풀어 이 같은 성적을 얻었다고 밝혔다.
코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된 알파코드는 인간 언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자연어로 전환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수 차례 거치면서 엄청난 수의 코드를 생성한다. 이후 효율적으로 잘 짜여진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필터링해 최적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다. 알파코드는 현재 코드포스에서만 작동하도록 개발됐지만 미래에는 개발자들이 자동 프로그래밍에 활용하는 도구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복잡한 코딩 작업을 최소화하고,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는 대신 간단한 마우스 클릭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노코드·로코드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조명받고 있다. 특히 모든 산업과 생활에 IT와 소프트웨어가 스며들면서 세계적으로 발생한 '개발자 품귀현상'을 덜어주고, AI의 효용을 더 폭넓게 확산시켜 줄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노코드는 코딩 없이 쉽게 앱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말이나 마우스 클릭 같은 직관적인 작업으로 개발을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로코드는 노코드만큼은 아니지만 코딩을 최소화하는 개발기법이다. 두 방식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의 문턱을 낮추고 개발자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산업적 효용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해외는 물론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로코드·노코드를 기본 전략 중 하나로 속속 채택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노코드는 AI의 힘을 대중에게 가져다 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코드를 '세상을 바꾸는 무브먼트'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노코드는 시민 개발자의 탄생을 의미한다. 누구나 개발자의 도움 없이 아이디어와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앱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화와 디지털 전환, 데이터 혁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심각해진 개발자 구인난이 로코드·노코드 활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향상된 AI 기술 덕분에 로코드·노코드 플랫폼이 내놓는 결과물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IT시스템 컨설팅·개발 기업 vtw는 최근 로코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 'DnA'를 선보였다. 로코드와 오픈소스를 지향해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개발하고, 기존 패키지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 기반 SaaS(SW서비스)로 전환하게 해 주는 게 특징이다. 모바일 개발 플랫폼 기업 유라클이 공급하는 '모피어스 스위트'는 하이브리드 앱과 웹 개발 과정에서 코딩을 최소화한 로코드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인력과 개발부담을 줄이면서 모바일앱을 운영하도록 해 준다.
AI 기업 업스테이지의 주력 상품인 'AI 팩'도 로코드·노코드 개념을 채택했다. AI 팩은 기업 내부의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AI를 쉽게 만들고 적용하도록 해 주는 솔루션으로, 기업의 비지니스에 AI를 적용하게 해 준다. AI 팩이 있으면 우수한 개발팀이 없어도 기업이 OCR(광학문자인식), 추천시스템, 제품 검색 등 필요한 부분에 AI를 쉽게 적용하는 것은 물론 학습을 통해 계속 발전하는 AI를 운영할 수 있다.
딥노이드는 코딩 플랫폼 '딥파이(DEEP:PHI)' 서비스를 선보였다. 코딩을 몰라도 파워포인트나 포토샵처럼 마우스 클릭만으로 사용자가 데이터만 업로드하면 각각의 모듈화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데이터 전처리, AI 학습, 임상검증 등 모듈화된 블록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AI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 애자일소다, 비아이매트릭스 등 소프트웨어·AI 전문기업들도 개발 과정에서 코딩 단계를 최소화하는 로코드·노코드 기술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3월 노코딩 서비스 '데브온 NCD'를 무료로 공개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에 노코드·로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앱시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앱스'도 대표적인 로코드·노코드 솔루션이다. 앱시트는 구글이 2020년 1월에 인수한 서비스로, 코딩을 못 하는 사람도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지난해에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의 기본 기능으로 추가되기도 했다. 앱시트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이용할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모양으로 앱을 구현할 것인지만 설정하면 앱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파워앱스는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 등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자 맞춤형 비즈니스 앱을 생성, 관리, 사용하도록 해 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일상대화로도 코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CRM(고객관계관리) SaaS 기업 세일즈포스도 노코드와 로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개발자의 일을 AI가 대신 해준다는 관점에서 노코드는 다른 분야로도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초거대 AI로 자연어 처리가 가능해진 만큼 말만으로도 개발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코딩을 넘어 기획, 디자인으로도 AI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오는 2024년에 출시되는 앱 10개 중 7개는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머신러닝을 지속 가능한 플랫폼 위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ML옵스의 등장이 로코드·노코드 확산을 돕고 있다. AI를 개발하고 서비스에 적용하고 유지보수하는 것은 많은 개발자가 관여하는 복잡한 일인데, 이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툴의 집합을 ML옵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코드와 노코드가 보편화되면 로코드·노코드로 개발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이전에는 별도 직군으로 구분됐던 서비스 기획 같은 업무도 개발자의 역할로 점점 편입될 전망"이라고 밝혔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노코드·로코드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조명받고 있다. 사진은 이글루시큐리티의 통합보안관제센터 전경 <이글루시큐리티 제공>
![[안경애의 온테크] 로코드·노코드, `개발자 품귀` 해법 될까](//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502109931650001[1].jpg "[안경애의 온테크] 로코드·노코드, `개발자 품귀` 해법 될까")
![[안경애의 온테크] 로코드·노코드, `개발자 품귀` 해법 될까](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502109931650001[1].jpg "[안경애의 온테크] 로코드·노코드, `개발자 품귀` 해법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