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국가대표 안전장비 기업이요? 안전플랫폼 서비스도 최고 돼야죠"

국내 안전장비 시장서 50년간 독보적인 위치
화재 출동·대응 돕는 플랫폼서비스까지 확장
석유화학 등 여러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 가능
지난해 개발한 방탄복 곧 해외공급 성과 기대
더 넓은 분야서 국민안전 책임지는 기업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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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국가대표 안전장비 기업이요? 안전플랫폼 서비스도 최고 돼야죠"
오병진 한컴라이프케어 대표이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오병진 한컴라이프케어 대표


"안전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겠다.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도전을 통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내겠다."

오병진 한컴라이프케어 대표는 "국내 대표 안전장비 기업에 만족하지 않겠다. 제조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더 넓은 분야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1971년 설립된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는 2017년 한글과컴퓨터그룹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안전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수입에 의존하던 공기호흡기를 최초로 국산화했고 방화복, 헬멧, 특수보호복 등도 국내에서 처음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취임한 오 대표는 소방과 국방에 집중된 한컴라이프케어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ICT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드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을 적용한 소방안전 플랫폼, ICT 기술을 활용한 국방사업 다각화 등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오 대표는 "더 많은 기회를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하고 안전 분야 아시아 최고 전문기업이 되겠다. 이 시장은 남들이 쉽게 할 수 없고, 우리는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문화부터 바꾸겠다"=취임 후 오 대표가 가장 공들이는 것은 기업문화 혁신이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아이디어가 회사의 에너지로 쌓일 수 있도록 '열린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오 대표는 "그동안은 전통 제조기업의 문화에 가까웠다. 경영자 한 사람의 생각이 회사의 방향을 좌우하고, 개인의 사고가 존중되거나 표현되지 못 했다. 모든 사람이 열린 마음을 갖고 변화를 해 나가려면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는 경영자가 틀린 마인드와 방법을 제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내놓고 신입사원의 아이디어에도 귀를 기울이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가 쌓일 수 있다는 것. 오 대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수평적인 문화, 직급에 상관 없는 책임과 권한구조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선 아이디어를 낸 사람, 과정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을 칭찬하고 보상하는 문화와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관련 제도를 만들어 조만간 사내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내 평가방식도 개선해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5대 5 비율로 바꾼다. 오 대표는 "직원 한명 한명의 에너지를 회사가 눈여겨 보고 존중하면 9번 실패해도 그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쌓이고 결국 한 번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과 집단에는 절대 운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가 바뀌면 변화가 시작된다"=기업문화 변화로 에너지를 쌓는 것은 기존 사업에 갖히지 않고 더 큰 기회를 열기 위해서다. 한컴라이프케어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안전장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방독면, 화재대피마스크 등 소방용 장비와 국방용 방독면, 산업용 방진·방독마스크, 소방·산업·선박용 방열복 등 안전장비 시장은 성장이 정체돼 있다.

또 회사가 100% 독점하던 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경쟁구도로 바뀌고 있다. 여전히 90% 넘는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과거에는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는 식이었다면 이제 고객을 만나 설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 속에 성장하려면 기존에 잘 하던 강점은 최대한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포트폴리오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오 대표의 판단이다.

◇제조와 ICT 융합,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안전장비에 ICT를 융합하고, 물건을 파는 데서 머물지 않고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비즈니스모델 변화를 하겠다는 게 오 대표의 계획이다. 오 대표는 "소방에 ICT와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 3년간 개발해 왔다. 국방 영역에서도 제조와 ICT가 융합된 영역에서 다양한 수요가 있는데 작년에 진입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방안전 영역에서는 디지털화가 키워드다. 오 대표는 "국내 소방관은 지난 5년간 매년 늘어나 올해 5만5000명이 된다. 이들이 각자 1대 이상의 안전장비를 갖고 있다. 시장이 계속 커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신형 ICT 융복합 공기호흡기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공기호흡기와 연결된 압축공기통에 든 공기잔량과 외부 온도 등을 수치로 보여주고, 통신기능이 탑재돼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통신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확성기 기능을 적용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소통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오 대표는 "현재 주력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경쟁사와 비교해서 월등히 우수한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소방안전 서비스 플랫폼 개발=소방출동·대응체계에 ICT를 결합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2019년 3월 전주시, LX와 협약을 맺고 소방안전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화재신고가 들어오지 않아도 지자체 CCTV를 활용해 화재를 감지하고, 화재라고 판단되면 해당 건물의 위치를 파악해서 알려주는 식이다.

또 디지털트윈을 적용해서 모든 건물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 출동 전에 건물의 지형과 층 구조, 대피경로 등을 학습하고, 건물의 물성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 연기 물질 구성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화재 대응부터 진압, 관리까지 정확한 화재 현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진압 시간을 단축해 재산과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오 대표는 "제조에 ICT를 결합하면 낙후된 소방출동·대응체계를 혁신할 수 있다. 약 70만개에 달하는 국내 공공 CCTV가 화재 감지와 대응에 활용될 수도 있다"면서 "수년간의 개발 노력이 사업화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전국 19개 소방본부 중 1개 본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한컴라이프케어는 노후화된 안전장비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서비스 사업을 개척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으로서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크다. 오 대표는 "이 플랫폼은 산업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등 제조기업은 공장이 매우 넓고 동이 많다 보니 사고가 나도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났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특수화학물이 있는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화학특별 처리팀이 출동해야 한다"면서 "건물 특성을 디지털화해서 관제서비스를 제공하고, CCTV를 연동해 모니터링하면 산업안전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주들이 한컴라이프케어의 안전 플랫폼을 도입해 FILK 인증을 받아 화재보험료를 할인 받고, 한컴라이프케어는 할인 금액을 나눠 갖는 사업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와 상품화를 협의 중이다.

◇드론 활용한 사회안전시스템 개발=드론을 활용한 사회 안전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드론 자동순찰과 실시간 영상전송, 영상 자동분석, 드론 무선충전과 자동 이착륙이 이뤄지는 드론 스테이션, 119 소방관제를 연결한 전통시장 안전시스템이 예다. CCTV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드론으로 보는 것.

오 대표는 "이 시스템도 전주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과거에 소방대원이 하루 3번 밤에 전통시장을 순찰했다면, 사람 대신 드론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역을 오가며 문제 여부를 감지하는 방식"이라면서 "향후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로봇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것은 디텍팅 기술이다. 정말 화재가 맞는지를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특히 산불이 문제"라면서 "30~40분밖에 안 되는 드론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국방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국방영역에서는 주력 제품 다변화를 위해 K5 신형 방독면에 이어 휴대용 화학탐지장비, 레이저 교전훈련장비, 모의전투 관제 소프트웨어, 화생방보호의, 방탄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K5 방독면은 전군에 보급되고 있고, 레이저 교전훈련장비는 포병, 소대급 대상 164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모의전투 관제 소프트웨어와 휴대용 화학탐지장비도 조만간 성과가 기대된다.

오 대표는 "현장 사격훈련 대신 시뮬레이션과 센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교전훈련을 하는 마일즈(MILES) 시장에 지난해 처음 참여했는데 우리가 적격인 분야다. 가상훈련에서 총상을 입었으면 부상의 정도까지 감지해서 알려주고 훈련을 고도화하는 방식인데, 제조와 품질관리, 사업관리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면서 "지난해 300억원 규모 수주를 한 데 이어 올해는 그 이상의 수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소대·중대·대대·연대, 포병·전차부대 등에 따라 훈련체계와 무기가 다르다 보니 사업 기회가 넓다. 국방부가 과학화 교전훈련체계 예산도 확대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3~5년 내에 1000억원의 연 매출을 거두는 게 오 대표의 목표다. 이와 함께 지난해 방탄복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공급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오 대표는 "방탄복은 규격이 까다롭고 어려운 유연성·성능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작년에 통과했다. 3개월째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는데, 조만간 해외 공급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탱크, 소총, 비행기 등 다양한 곳에 설치되는 조준경 사업도 추진한다. VR·AR(가상·증강현실) 시장에 진출하려면 조준경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 하에 단계적으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컴헬스케어는 마스크 회사가 아니다"=2020년 인수해 '마스크 특수'를 안겨줬던 자회사 한컴헬스케어는 마스크를 넘어서는 성장원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오 대표는 "한컴헬스케어는 더 이상 마스크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마스크로 돈을 벌면서 바이오 사업조직을 만들고 인력과 기술에 투자해 왔다. 마스크는 고급 마스크로 특화했다. 요실금 환자용 팬티와 여성용품 개발에도 뛰어들어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기미, 주근깨, 주름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니들패치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키트도 오는 11월 내놓을 계획이다. 동물과 식물의 감염병을 진단할 수 있는 동물·식물 진단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폐질환, 암, 당뇨 등의 질병을 자가진단하는 키트도 화학도 출신인 오 대표가 주목하는 사업 아이템이다.

그동안 B2G(기업·정부간 거래) 비중이 컸던 한컴헬스케어의 사업구조를 올해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로 전환하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확장해 온·오프라인을 모두 확실히 잡겠다는 각오다.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몰라"=올해로 직장생활 33년째를 맞은 오 대표는 매일 6시 30분이면 집을 나와 7시 전에 출근하는 게 습관이 됐다. 한컴라이프케어로 적을 옮긴 후에는 용인 처인구에 위치한 회사에서 가까운 전원주택으로 이사해 출퇴근 시간을 줄였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해야 한다. 깨어있는 사고와 다양한 아이디어가 뭉치면 가능성이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오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체력을 갖춰서 3년 후 현재 매출의 2배인 2000억원 매출을 이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를 넓히고, 동남아 위주의 수출지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플랜트 사업에서 기회를 만들겠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른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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