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포럼] 위기의 해결사, 스타트업](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0102102369660001[1].jpg "[포럼] 위기의 해결사, 스타트업")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비대면, 플랫폼 사업들이 급속도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촉발되고 있고, 이를 통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도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변수가 뒤얽힌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전략이 절실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경제를 짊어질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육성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리서치 회사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요소별 유망업체 중에 스타트업의 비율이 IoT 54%, 클라우드 60%, 자율주행 83%, 빅데이터와 AI는 85%, 블록체인은 87%에 달한다.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여 AI 신드롬을 가져온 알파고 역시 2010년 창업한 영국의 스타트업 딥마인드 테크놀로지의 작품이었다. 구글은 일찍이 딥마인드 테크놀로지의 가치를 알아보고 4억 파운드(약 7000억원)에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성공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지난한 고통의 시간이 도사리고 있다. 전기차의 대명사로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뒤바꿔놓고 있는 테슬라도 2003년 창업 이후 2017년까지 46억 달러(약 5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사업은 존폐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를 시기상조라고 깎아내렸다. 테슬라는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 결과, 테슬라는 2019년 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1에는 매출액 540억 달러(약 65조원)를 돌파했다.
스타트업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 어렵다. 이에 우리 정부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부처의 창업지원예산은 2017년 6000억원에서 2022년 1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되었고, 연간 신규 벤처투자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역대 최대인 7조7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아산나눔재단과 같은 창업지원 기관들이 많이 생겼고,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같은 단체도 등장했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 올해 2월 발표된 국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2019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세계 6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2021년 신규 기술창업 기업과 청년창업 기업은 각각 23만개와 51만개로 역대 최고기록을 달성했고,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2017년 3개에서 2021년 18개로 무려 6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한 것으로 자신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다.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시대에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스타트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가 개선된 이후에 토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은 새로운 주체들이 기존의 은행들과 경쟁하면서 금융산업이 선진화되고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진 사례가 있는 반면, '타다 금지법'처럼 예측할 수 없는 규제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금도 법률과 의료 등 전문직 분야에서는 기존 이익단체들과 스타트업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출사표를 내고 뛰어들었던 스타트업들이 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한 채 모진 비바람을 맞고 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보다 많이 탄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전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기존의 낡은 규제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관심과 사고까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글로벌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은 스타트업에만 쓰이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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