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고 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우리 국방·안보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용산에 국방부만 아니라 합참, 경비부대, 사이버사령부 등 그 많은 보안시설을 아무 데나 계획 없이 빨리 빼라고 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과 기동민·김민기·김병기·김병주·김진표·설훈·안규백·윤호중·홍영표 의원 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졸속·억지 이전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경우 "안보 공백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많은 부서가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하는 탓이다. 이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이 가중돼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비대위원장이 '용산은 오욕의 역사가 있는 땅'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용산을 '오욕의 역사'를 가진 땅이라고 싸잡아 비하한 것이라면 당장 용산 주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애초에 청와대 부지는 조선 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라고 반박하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직 인수를 한다는 것은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이다. 전임 정부는 후임 정부의 출범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인수위 없이 선거 다음 날부터 점령군 행세하면서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던 당은 민주당"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자 선거 끝난 다음에도 저열하게 나오느냐"고 비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최종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직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고, 회의에 보고가 올라갈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는 대통령에 더 집중하고 있다. 비서동에서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저희가 일분일초를 허투루 버리지 않겠다고 한 만큼 대통령과 비서진, 그리고 국민이 특별한 거리를 두지 않고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민생을 해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