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진수 칼럼] 강남에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짓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0402102269660001[1].jpg "[이진수 칼럼] 강남에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짓자")
왜 강남에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지어야 하나. 첫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2011년과 2012년 강남에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이미 공급된 적 있는데 당시 강남 아파트 값 안정에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인 강남 아파트 값이 안정된다면 서울 및 수도권 다른 지역의 집값 안정도 어렵지 않다.
둘째,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현재 수준의 강남 아파트 값으로는 우리 사회 일부 소득이 높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만 강남에 거주할 수 있다. 기존 강남의 민간 아파트 값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공급되고 장기로 부동산 금융이 제공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강남에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회는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이라고 할 때, 현재는 경제적인 이유로 강남에 살지 못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통해 강남의 좋은 인프라와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셋째, 세대 간 형평성에도 도움이 된다. 토지는 계속 공급하기는 어렵지만 주거에는 반드시 필요한 재화이다. 이런 토지의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땅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에 공공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민간에 분양하면 이를 선점하는 세대가 그 혜택을 모두 누리는 반면 그 이후의 세대는 그 혜택에서 제외된다. 토지임대부 아파트에서는 공공이 계속 토지를 보유함으로써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포함하여 이후 세대가 선호하는 장소에서 너무 높지 않은 가격으로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간 형평성을 높이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강남에 짓자고 할 때 몇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우선 과연 그럴만한 토지가 있나? 그리고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먼저 분양받는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먼저,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건설할 대규모 용지로는 강남 내 그린벨트와 범 강남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용산 부지를 고려할 수 있다. 물론 그린벨트와 용산부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는 여러 정책 목표를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필수적인 주거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 대규모 용지 이외에도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소규모 공공용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또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강남에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그 아파트 값이 이후 오르게 되면 처음 분양받은 사람들만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닌가?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건설하는 목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면 처음 분양받은 사람들만 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 분양 받은 사람들이 분양 당시 가격에 이자를 고려한 정도의 값으로 토지를 소유한 공공에 되팔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 때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무주택자로 간주하여 다른 지역에서 토지와 주택을 포함하는 일반 민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여 이들에게 자산 증식의 기회를 주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강남의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매매에 일정 제약을 두는 대신 민간 아파트 분양을 통한 자산 증식 기회는 누릴 수 있게 한다면, 토지 임대부 아파트는 중간 단계의 주거형태로 기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주거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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