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단일화 제대로 명분 못 갖춰
'니 도움 필요' 이런 접근 안타까워
민주당 패배땐 586 퇴진 얘기 나올듯
'탄돌이' 국회의원 이제 좀 그만둬야
2024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로 갈것
尹 후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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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묻는다] "급해진 민주당 정치개혁 진정성 안보여… 서울 놓치면 못 이길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0302100569660002[1].jpg "[대선을 묻는다] \"급해진 민주당 정치개혁 진정성 안보여… 서울 놓치면 못 이길 것\"")
박동욱기자 fufus@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대선 본투표일까지 6일 남았다. 4·5일 사전투표 개시로 주사위는 던져진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그 어느 선거보다 국가의 향방과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다. 한국정치에 대한 적확 예리한 분석을 제시하는 정치·행정학자와 정치평론가로부터 대선 해석을 들어온 [대선을 묻는다]는 이번 마지막으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인터뷰했다. 강 교수는 팩트에 입각한 논리와 주장으로 한국정치의 진화를 바라온 학자로 이름이 높다. 강 교수는 "윤석열,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는는 정치적 철학이나 명분 없이 오로지 승리를 위해 접근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며 "현재 한국정치의 수준의 한 단면"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번 대선 여론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정권교체에 대한 지지세라고 했다. 강 교수는 "지난 수개월 동안 한 번도 안 바뀐 여론조사 결과가 정권교체 지지율이 정권재창출보다 높았다는 것"이라며 "결국은 이게 지금 가장 기본적인 민심"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가 그걸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그의 지지율과 정권교체 지지율간 갭이 생겼고, 투표일까지 가면서 윤 후보가 이 갭을 줄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대선에서 서울을 못 이기고 승리한 민주당 후보가 없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현재 뒤지고 있는 서울에서 지지율 회복을 못하면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간 정치교체·통합정부를 내세운 단일화는 모양새나 명분에서 관심을 끌었으나 지지율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히려 민주당은 정권의 실책으로 이번 대선이 미래가 아닌 정권 심판에 기운 '회고적' 선거가 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주 돌연 분권형 대통령제와 연동형비례대표제에 의한 다당제를 제안한 것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 제안을 보고 분노했다"며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선거 초반에 당론으로 정하고 정식 정책과 공약으로 내걸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새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시 국민통합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 정치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우선 인사에서 달라진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며 "진영을 넘어서 전문가를 등용하고 대통령이 사사건건 모든 일에 다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대선 직후 당선인이 잊지 말아야 할 점으로 인수위 구성을 들었다. 강 교수는 "인수위가 자리 나눠갖기 판이 되면 5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관악구 서울대 강 교수 연구실에서 가졌다. 2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투표일 일주일 남겨 놓은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후보간 오차범위 내 접전인데요.
"대체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3~5% 정도는 앞선다고 봐요. 현재까지 단일화 무산으로 안철수 후보로 갔던 표 중 일부가 돌아올 거로 봅니다. 안철수로 가는 표는 냉정히 보면 사표가 된다고 생각 안 할 수 없거든요."
-이, 윤 두 후보 중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보세요.
"저는 서울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대선에서 서울을 못 이기고 승리한 민주당 후보가 없어요. 현재 서울은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가 앞섭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이기는 구도는 호남 압승에 플러스 수도권 우세, 이거거든요. 서울을 놓치면 이기기가 어렵죠. 왜냐하면 호남 인구하고 TK(대구경북)인구가 똑같아요. 서울에서 보수로 기울면 호남과 TK를 제외한 나머지 인구에서 보수 쪽이 더 많아지거든요. PK(부산경남) 쪽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보수 쪽이 6 대 4나 7 대 3을 가져갔어요. 항상 플러스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우세여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거죠."
-이재명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가 정치교체·통합정부 명분으로 단일화를 했는데요,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까요.
"솔직히 김동연 후보 지지율이 미미하잖아요. 큰 영향은 없을 겁니다. 단 모양새는 있죠."
-4일과 5일 사전투표가 실시됩니다. 윤·안 단일화가 현재까진 무산상태지만 그 전에 이·김 단일화처럼 극적 타결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제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 윤석열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단일화 협상 과정을 밝혔는데, 국힘(국민의힘)으로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단일화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승패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단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대선 여론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제가 작년 9월인가 8월부터 봐왔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바뀐 여론조사 결과가 정권교체 지지율이 정권재창출보다 높았다는 겁니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요. 항상 10% 이상의 차이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나왔어요. 그게 결국은 지금 가장 기본적인 민심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결국은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건데 윤석열 후보가 그걸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은 거죠. 그래서 일부 사람이 안철수에 가기도 했고, 또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거고요."
-지금까지 윤·안 단일화가 안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명분을 제대로 못 갖춰놨다는 거예요. 정권교체 말고는 없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에서 해왔던 여러 가지 형태의 문제점이 있잖아요. 권력을 독점하고 자기들끼리 나눠 갖고, 끼리끼리 모든 걸 해왔던 정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안철수 후보랑 힘을 합쳐서 새로운 형태의 정부나 정치를 하겠다'는 그런 정치적 명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어요. 그런 것이 던져지면 훨씬 더 모양이 있었을 텐데 그런 거는 보이지 않고 그냥 어떻게든 정권교체를 위해서 네 도움이 필요하니 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일부 알려진 단일화 조건을 보면 국힘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제시한 것이 너무 두루뭉술하다 구체적인 게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도 사실 아무것도 얻지 못할 위험성이 없지 않았지요. 당대당 통합이 됐을 때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바라본다면 좀 다른 이야기지만요. 안철수 입장에서도 '이번에는 철수 안 한다'는 다짐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해야 될 때는 또 해야 되거든요. 아무튼 국힘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노력을 했다, 안철수는 입장이 안 맞았지만 우리는 애썼다, 이런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아마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막 과감하게 이야기 안 할 겁니다.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죠."
-현재 여론 지지율이 또 격변할 수 있을까요.
"지금 마음이 바뀌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그리고 저는 이미 오래전에 표심은 정해졌다고 보거든요. 이미 마음은 다 정해져 있는데, 두 후보가 다 마음이 안 들어서 약간의 여론조사 편차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면서도 '누구를 찍겠습니까?' 하면 윤석열이라고 답하는 것을 주저한단 말이에요. 정권교체 지지율과 윤석열 지지율의 차이가 그걸 설명한다고 봐요."
-대선은 미래를 보고 선거를 해야 되는데, 교수님은 회고적 선거가 돼버렸다고 말씀하십니다.
"정권교체 비율이 높은 것이 말해주잖아요. 결국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를 벼르고 있는 것이죠. 유권자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권 5년에 대한 평가와 정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지요. 미래를 향한 선거가 되지 못한 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밖에요."
-교수님은 '대통령제 연한은 이제 끝났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지난주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그 제안을 보고 분노를 했는데, 왜냐하면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있는 이야기라면 선거 초반에 했어야죠. 지금 와서 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표 하나 더 얻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잖아요. 연동형비례대표제 망가뜨린 걸 보면 이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어떤 느낌이 들었냐 하면, '선거 막판에 밀리니까 급해진 모양인데 더더욱 진정성이 없이 정치개혁 관련된 중요한 의제를 이런 식으로 또 망가뜨리는 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당 내에서 당론으로 정하고 그것을 후보자 입을 통해서 '우리는 이렇게 끌고 나가겠다'고 해야 되는데 이제 와서 급해지니까 들고 나온 게 아니겠어요?"
-방향은 맞는 제안 시기나 형식이 안 좋았다는 것이지요?
"정치 개혁이야말로 여야 합의가 중요한 부분인데 저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던져지게 되니까 당연히 국힘이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거 아니겠어요? 대선 후에 정치 개혁이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텐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누가 되든 권력구조 등이 포함된 정치개혁은 불가피하다는 말씀인가요.
"필요합니다. 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소야대가 될 텐데 전처럼 독자적으로 끌고 나가기도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다만 민주당이 어쨌든 던져놓은 게 있으니까 논의를 피하진 않을 겁니다. 모른 척하면 완전히 정치적 신뢰를 잃는 거겠죠."
-여소야대가 정국이 된다면 또 주요한 국정결정이 미뤄지며 소모적 대치가 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되겠죠. 우리 국민들 속에 박정희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강한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카리스마지요. 그러나 그런 정치인이 이제 점점 안 나타나는 거죠. 어찌 보면 우리사회가 정상화되었다고 그래야 할까요, 권력구조 영향도 있다고 봐야죠. MB(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대통령들이 다 나름대로 역할을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 자리에 맞는 분인지에 대해서 다들 국민들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옛날만큼의 확신이 없단 말이에요. 김대중 김영삼 누구를 지지하고 지지 안 하고는 있지만, 그 사람들이 대통령 감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거죠."
-대중적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없다고 봐야겠지요?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감당할 만한 인물이 안 보인다는 거죠. 자리가 너무 무겁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좀 집단적인 형태로 권력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의견이 수렴이 돼서 그중에 좋은 의견이 최종적으로 채택이 되면 그게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겁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많은 공감대가 있지만 일반 대중은 반대가 더 많거든요. 일본 자민당처럼 끼리끼리 해먹지 않겠느냐, 심지어 정치귀족이 나타나 정치세습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합니다.
"세습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적으로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일본의 경우 문제는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어느 한쪽이 오랜 기간 동안 집권하지 못했어요. 87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변화가 있었고 국회의원 선거도 역시 비슷하게 변화가 이뤄져 왔어요. 한국의 경우는 영국처럼 하나의 정당인 보수당이나 노동당이 단독으로 집권하는 형태보다는 독일처럼 아마 두 개 정도의 정당이 합쳐지는 형태가 더 바람직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결국 양당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다당제의 장점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건가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정치적 갈등을 보면 결국 양당제적 구도에서 기인합니다. 정치적 타협이 이전보다 훨씬 못해졌다는 거죠. 중간에 한두 개라도 정당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4개 또는 5개 정도의 정당이 있으면 한 정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은 어려울 거고, 그럼 일종의 연립정부의 형태로 가게 되죠. 권력의 독점도 좀 막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권력 교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다당제로 가면 신인 정치인의 정치 입문이 좀 수월해질까요.
"물론입니다. 출신 분야도 다양해질 겁니다."
-선거가 끝나면 인수위가 두 달 동안 가동되고 거기에서 차기 정부의 국정의 대강이 마련될 텐데요.
"이번에 인수위가 특히 중요하죠. 왜냐하면 이재명, 윤석열 누가 되든 모두 중앙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동안 쭉 봐왔지만 5년은 길지 않은 시간이고, 지지율이 높고 기대감도 높은 임기 초반에 개혁과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임기 내내 되는 게 없거든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저는 아무것도 사실 남은 게 없다고 봐요. 제가 조국사태, 분열, 부동산 폭등, 적폐청산 등 부정적인 면만 떠오른다는 칼럼을 썼더니 엄청나게 비난 이메일 왔어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죠."
-결국 우선순위 결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당선인일 텐데요.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몇 가지 정책, 꼭 바꾸고 싶은 몇 가지, 그런 것들에 대한 정리를 좀 진중하게 하라고 하고 싶어요. 인수위를 꾸리는 것이 논공행상의 자리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인수위가 그렇게 변질이 되면 차기 정부도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최우선 순위는 어떤 것들입니까.
"행정부처에 대한 개편 같은 것도 저는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면 보건복지부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보건부의 필요성이 높아졌어요. 교육부도 국가교육위원회가 금년 7월인가 발족을 하잖아요. 지방교육청도 지금 다 있는 상황인데 교육부가 저렇게 큰 조직으로 계속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요. 교육부는 고용과 맞물려서 평생 교육할 수 있는 형태로, 무슨 취미생활 교육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거죠.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갖길 원하는 사람을 다시 교육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교육부가 사실은 이런 일을 담당해야 되는데, 지금은 대학에 대한 규제 같은 데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셈이거든요."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있었거든요.
"오히려 여가부나 이런 것보다 사실 더 중요한 부분들은 각 행정 부처들이 갖고 있는 기능들을 어떻게 새롭게 조정할 거냐가 더 핵심적이고 중요하죠."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주의가 크게 대두됐어요. 부동산가격 폭등도 국가가 잘못 시장에 개입하는 바람에 더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부동산정책의 실패가 보여줬던 대로 국가가 개입을 많이 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민간의 자율성을 어떻게 하면 좀 크게 할 거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어요.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데 이런 부분은 국가가 들어가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 전반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민간 영역에서 나오고 있잖아요. 기술개발도 그렇고 새로운 형태의 변화도 그렇고. 한류가 잘 되는 게 국가가 손을 안 댔으니까 잘 된 거 아닙니까?(웃음)"
-민간의 창의성과 활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나 공약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인수위 기간 중에 그와 관련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해요. 큰 틀에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그 다음 대통령이 핵심 어젠다로 선별해서 '요것 요것은 내가 꼭 좀 하고 싶다'라고 하는 우선순위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익은 정책을 인기 영합적으로 던져서 괜한 논란을 일으킨다든지 혹은 자리싸움으로 비춰진다든지 하는 것은 피해야 되겠죠. 그런데 (유력 두 후보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 결국은 또 이른바 '핵관'(핵심 관계자) 논란처럼 흐를 수 있죠. 당선인 시절부터 소수의 몇명에 의해 에워싸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을 합니다."
-양단의 중간지대나 양쪽을 연결하고 대화로 이끄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정치가 없는 것 같아요. 80년대 김윤환씨 같은 인물이 떠오르는데요.
"허주 김윤환, 그 분이 갈등의 중재 역할을 많이 했었죠. 요즘은 그런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죠. 정치가 나빠졌어요. 제가 양당체제가 나쁘다고 이야기했는데 특히 민주당의 독선적인 게 있잖아요. 우리만 옳다는 독선이 결국 사회를 쪼개놨는데, 퇴임하신 원로 정치인들 말씀 들어보면 옛날에는 막 싸우다가도 '술 한잔 하러 가자' 이런다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그건 좀 아니지 않냐, 내 입장도 알아줘야지'라며 서로 타협 같은 게 이뤄졌다는 거죠. 그러니까 뭔가 동료의식, 동업자의식이 있었던 거죠."
-이번 대선이 끝나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여기는 정치문화가 회복됐으면 합니다. 사회 각계에서 각 진영에 그런 다짐을 보여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요.
"야당도 국정에 전혀 책임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 나름의 책임을 갖고 있단 말이죠. 같이 가야 되는데 문재인 정부, 특히 2020년 4·15 총선 이후 거대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그와 거리가 멀었던 거죠. 국민을 갈라놓고 자기 지지세력에 의존해 정치하는 것은 이전 시대에는 없었거나 심하지 않았죠. 조국 사태가 그걸 굉장히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조국사태 이후 제 주변에도 '(사이가) 찢어진' 사람들 많았어요.(웃음)"
-편 가르기는 쉽고 끼리끼리 호응 주고받지만 당하는 쪽은 상처가 깊이 패입니다.
"사람을 정말 피곤하게 만들어요. 정책적인 실책보다 훨씬 더 패악을 끼칩니다. 앞으로 봐야겠지만, 선거일 임박할수록 유력 후보들이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강조할 것이고, 그건 반가운 일인데, 두고 봐야지요. 문재인 정권처럼 말만 앞설 수 있으니까요. 갈라진 국민을 어떻게 화해시키고 치유할 것이냐, 갈등의 치유가 그 어떤 정책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관용과 아량이 중요할 텐데요. 그런 말을 하면 잘못과 오류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틀린 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련해 준비를 잘해서 임기 초반부터 모든 것 다 가진 것처럼 행동 안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노태우 노무현 정부 끝나고 MB가 대통령 됐을 때 그 동네 사람들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랬거든요. '5년, 생각보다 짧더라. 그러니 준비 잘하고 겸손하라.' 그런데 제가 받은 느낌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자세였어요."
-그 후에 보면 오만은 대가가 따랐어요.
"MB정부는 첫해에 광우병 사태로 거의 100일 동안 마비가 됐으니까요. 탄핵까지 당했던 박근혜 정부의 몰락도 결국은 그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않고 오만한 데서 찾을 수 있죠.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부의 실패에서 못 배웠어요. 민주당 사람들이 '촛불'을 자기들 거라고 여기는데, 사실 보수 쪽 사람들도 적잖게 나왔죠. 그게 바로 보수의 변화 욕구였고 변했어야 했어요. 문재인 정부도 공정에 대한 이야기,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무것도 안 했단 말이에요. 정치적 레토릭이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권력을 잡을 사람은 누가 됐든 그런 부분을 좀 돌아보고 이전의 실패나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적폐 수사 얘기를 하자 문 대통령이 강력히 분노한다며 사과를 요구했거든요.
"노무현 정부가 끝날 때 스스로 '폐족'이라고 할 만큼 여론이 나빴거든요. 그런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무리하게 하면서 지지층을 열 받게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거하면서 지지 세력을 되살린 거란 말이에요. 제가 볼 때 지금 여당의 정치적 기반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겁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단하죠. 차기에는 정치적으로 그가 만든 세력은 끝이 나요. 그런데 만약 차기 정권에서 현재 문 정권을 또 '보복'하게 되면 되살아날 수 있어요. 사실 정치적 보복의 악순환은 남(외국)들 보기에도 좀 창피하잖아요. 한 번은 끊어야 하고, 지금이 그 때죠."
-'보복을 가한 쪽에서 악순환 고리를 끊자고 하는 건 염치가 없다, 당한 쪽에서 그런 말을 하면 모르겠는데' 야권에선 이런 말을 합니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중벌을 받았어요. 현역 대통령의 자리를 빼앗는 것 이상의 처벌이 어디 있나요? 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은 것은 저는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런 불행한 일을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좀 끊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았는데, 이명박 대통령 사면을 하겠지요?
"본인이 털고 나와야지요. 사실 저는 작년 8·15 때 사면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가석방 아니라 그냥 사면 형태로 깔끔하게 끝내지 않을까 했는데, 안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동네'를 잘 모르겠어요, 상식적이든 정치적인 관심에서든. 2년을 가둬놨으면 충분히 한 거지 무얼 더 요구하나요."
-지금 진영 갈등 못지않게 세대 간 갈등도 심각합니다.
"지금 586 가운데 정치판에 빨리 들어온 사람들은 2000년부터예요. 다수가 2004년에 '탄돌이'(노무현 대통령 국회 탄핵결의에 분노한 민심을 업고 그해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한 사람들)로 들어왔어요. 내후년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되면 20년이 지나는 거죠. 20년을 '해먹은' 거예요. 그럼 이제 좀 그만둬야죠. 저는 사실은 촛불 집회의 한 요구도 세대교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때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여러 가지 변화를 요구를 했는데, 탄핵으로만 연결됐어요. 실은 기성정치권의 교체라는 수면 밑 민심이 있었습니다. 저는 2024년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로 갈 거로 봅니다."
-다음 정치 주력은 어떤 세대인가요.
"지금 40대보다는 그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많아 보여요. 30대 후반이 되겠죠. 지금 40대가 문재인 정권의 가장 견고한 지지층이죠. 이 세대가 새로 뭘 맡기는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논란도 많지만 어쨌든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그 세대가 2024년부터는 확 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 세대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잘 모르거든요. 또 그 세대는 40대 이상은 말이 안 통하는 꼰대들이라고 보고 있고요. 이제 변화가 좀 일어날 필요가 있는데 저는 내후년 총선이 계기가 될 거라고 봐요. 이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부 부상할 수도 있고요. 야당에서는 이준석 당대표가 그와 관련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거고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민주당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봐요. 그래서 2024년에는 조금 더 가시적인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4선 이상 금지 논의가 있는데요.
"인위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요, 또 4선 당선이 쉽지가 않아요. 뭐 비례대표로 5선 한 분도 있지만요.(웃음)"
-민주당에서 586 퇴진 얘기가 나왔다가 금세 쑥 들어갔어요.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혁신 바람이 불 테고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겁니다. 586 퇴진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그 얘기 나오자 굉장히 저항이 컸잖아요. 그러나 이재명이 지게 되면 아마 당 내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얘기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이게 민주당한테는 좋은 일이에요. 차라리 고루하게 계속 가는 것보다 젊은 친구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하거든요."
-그렇다면 이번 대선 이후 차세대 리더 그룹은 어떤 구도로 형성될까요.
"옛날에는 충원을 위한 '대기조' 같은 게 사회적으로 존재를 했어요. 예를 들면 해방정국과 50년대는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고, 군 엘리트들이 있었고, 민주화운동권 세력이 쭉 있었고, 그 다음에 시민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충원이 됐거든요. 이게 거의 사회적으로 존재했던 그룹들이에요. 사회운동과 정치 활동을 했던 그룹들이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다 없어졌어요. 그렇게 조직화된 활동으로 들어오기는 굉장히 어렵게 됐어요. 대신 이제는 젊은 친구들도 단체 활동 등을 통해 정치로 입문하는 친구들도 많아졌고 또는 제도 내에서 성장하는 사계가 늘고 있어요. 그런 좋은 예가 이준석의 당선이에요. 그의 당선이 한국정치에 준 충격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세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한 거죠. 나경원이 안 됐잖아요, 훨씬 더 지명도가 높은데도요."
-정치의 세대교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고, 이번 대선으로부터 내후년 총선까지 2년 동안 격변이 있을 거라고 봐도 될까요.
"이준석 현상이 상징하는 게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제는 젊은 세대로 세대적 교체라는 게 자연스럽게 가게 될 거고 차기 리더군도 그와 관련해서 이제 좀 부각되기 시작을 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당제적 형태로 정치개혁을 하자는 목소리들이 나올 수 있고 그런 경쟁 속에서 역량을 보여주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사실 윤석열 후보는 정치입문 8개월 된 벼락스타이고 이재명 후보도 중앙정치에는 미숙한 '신인'이거든요.
"준비 안 된 상태서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거나 대통령하고 잘 싸우거나 해서 어느 날 갑자기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하는 것은 참 위험한 것 같아요. 윤석열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으로 그런 경우는 마지막이 되어야죠."
-교수님도 사회적 통합 국민통합 말씀하셨는데, 사실 사회적 자본이란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참 많이 떨어지잖아요. 국민통합 또는 사회적 화해 이런 걸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까.
"저는 제도적인 것보다 일단 사람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던 게 소수의 측근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국정운영의 구조 때문이거든요. 그게 지금 대선판에서 이른바 '핵관'(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죠. 거기에 에워싸이는 거예요.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말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만을 가지고 인사를 운용했어요. 우리 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했던 거죠.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 내에서 사실 토론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니까.(웃음)"
-유력 대선 후보들이 '핵관 정치 안 하겠다' '청와대 정부' 안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다 그런 데서 오는 반면교사인데요.
"관료의 전문성이나 이런 거 인정 안 하고 그 당에서 다른 이야기 못하는 분위기 만들어놓고 결국은 폐쇄적이고 협소한 형태의 엘리트들이 하는 국정운영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망하게 한 원인이죠. 이번 유력 후보들을 보면 어차피 한 가지 공통된 장점(?)이 있는데, 본인이 정치권에 오래 안 있어서 잘 아는 사람 폭도 넓지 않아서 인재를 넓게 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는 거죠. 안철수 쪽에서도 좋은 사람이 있으면 데려다 쓰는 거고, 국힘과 민주당 내에서도 아주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서로 데려다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인사의 탕평과 폭넓은 활용이야말로 진영 갈등과 미숙함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일 텐데요.
"그게 엄청난 의외의 효과가 있거든요. 국민이 보기에 '대통령이 국민 통합적인 내각을 하는 구나, 전문가를 제대로 쓰는 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사람 쓰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통령이 모든 걸 다 결정하려고 하면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두는 사안이 있다면 자기가 직접 챙겨야 하지만 국무회의를 활성화시키고 각료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의료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방역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대응에서 보는 것처럼 전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논의를 듣고 결정을 해야 되는 거죠. 대통령이 너무 사사건건 모든 일에 다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청와대 정부'의 폐해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제도적으로 바꾼다면 청와대 정책수석실를 폐지하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인사수석실도 지금 사실 공기업에까지 다 손을 대고 있는데, 역할을 축소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차관 정도 그런 고위 공무원단만 추천하도록 하고 정무적인 선 이상으로는 개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정책실장 같은 경우는 거기서 거의 모든 정책을 다 결정하잖아요. 문재인 정부 대실책인 부동산정책도 거기서 나왔고요. 사실 경제부총리가 있지만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던 이유가 결국 정책실장과 계속 부딪혔던 거잖아요. 없애버리는 게 맞아요. 옥상옥이에요. 사실 이게 청와대 정부의 핵심이거든요."
-윤석열 후보는 또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고 하는데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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