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175석 여당의석 감안해
대선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
단일화해야 하는 실제 핵심
국내 10년 권력교체 주기설
5년만에 정권교체 쉽지않아
유권자 성향바뀌는 중대선거
지나치게 미래가 없다는 점
이번선거가 과거와 다른 것
시대정신 담은 비전 안보여
대선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
단일화해야 하는 실제 핵심
국내 10년 권력교체 주기설
5년만에 정권교체 쉽지않아
유권자 성향바뀌는 중대선거
지나치게 미래가 없다는 점
이번선거가 과거와 다른 것
시대정신 담은 비전 안보여
![[대선을 묻는다] "尹, 방심할 때 아냐… `샤이 이재명` 빅데이터 분석 보면 李가 앞서"](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2302100569660002[1].jpg "[대선을 묻는다] \"尹, 방심할 때 아냐… `샤이 이재명` 빅데이터 분석 보면 李가 앞서\"")
박동욱기자 fufus@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정책이 실종되고 네거티브로 치닫는 혼란스러운 대선이다. 정치를 데이터로 정확하게 분석해내기로 정평이 나 있는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에게 대선 판세를 물었다. 김 교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론지지율에서 앞서고 있지만, SNS 빅데이터 관심도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진다"는 점을 먼저 환기했다. 빅데이터 관심도 분석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을 앞섰던 힐러리 후보를 이기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독 승리의 자신감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에서도 '샤이 이재명'이 존재한다"며 "약 5%로 추정되는 '샤이 이재명'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의 지지율보다 이 후보가 실제에서는 더 많은 득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단일화 불씨를 다시 살리지 못하면 정권교체 열기도 식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당장이라도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 집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길을 놔두고 불확실한 길을 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에 대한 기대가 식는 것은 정권교체 지지층으로선 우려할 만한 일이다. 한 주 전만 해도 정권교체 지지층 중 단일화 지지는 70%에 가까웠으나 22일 한 여론조사에서는 60.3%에 그쳤다. 단일화 결렬 실망이 정권교체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번 대선의 단일화는 과거 단일화와 다른 면이 있다"며 "누가 이기느냐는 승리 게임이 아니라 대선 후에 안정적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라도 해야 된다"고 했다. 국회를 야당(정권교체 된다면)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하려면 야권이 압도적으로 이겨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선거 결과에 쉽게 승복하고 협조적 국정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도 이번 대선을 '중대(重大)선거'라는 점에 동의했다. 유권자 구도가 재편성 되면서 정당 지지의 기반이 바뀌는 것을 중대선거라고 하는데,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대한민국의 향방을 가늠할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22일 추가 전화 인터뷰로 업데이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을 했습니다. 실제로 21·22일 양측간 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대선까지 2주 남았는데, 아직 최종적으로 끝난 건 아니라고 봅니다. 28일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는데, 그 전이 데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윤 후보가 지금이라도 안 후보 집을 찾아가야 합니다. 왜 확실한 길을 놔두고 모험을 합니까. 안 후보가 양보한다면 약식 여론조사방식도 가능할 겁니다."
-국민의힘에 단일화 안 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자강론자'들이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안철수 후보 지지율에는 정권교체에 대한 높은 열망이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단일화가 세 단계로 진행된다고 봤는데, 1단계는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21일 1차 선관위 토론까지였거든요. 2단계는 21일부터 28일 투표지 인쇄 전까지인데 불투명하게 됐지요. 마지막 단계인 3단계는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입니다. 이 단계에서도 단일화가 될 수 있지만 더 어려워지는 거고, 표의 결집도 떨어집니다."
-단일화 결렬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 거꾸로 후보간 단일화는 아니더라도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정책 연대를 선언할 가능성은 없나요. 민주당은 안 후보에 계속 우호적 신호를 보내고 있거든요.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은 87체제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권 교체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다자 대결 구도로 갔을 때 민주당 핵심 지지층 중 호남과 친문에서 아직 이재명 지지를 결심하지 않은 유권자가 있습니다. 또 2030 여성에서 약 5%로 추정되는 '샤이 이재명'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지지율보다 이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샤이 이재명의 핵심은 현재 친문의 70%밖에 이 후보를 지지 않는 데 있어요. 현재 호남에서도 60%밖에 지지를 못 얻고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투표에서는 그 이상이 나옵니다. 선거를 예측하는 방법은 여론조사도 있고, 또 빅데이터를 통한 분석방법도 있어요.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이재명 후보가 크게 앞서는 걸로 나옵니다."
-SNS 빅데이터 분석의 정확성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입증됐는데요,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후보가 앞섰지만 빅데이터는 트럼프 후보가 앞섰거든요. 승리는 트럼프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작년 10월 1일부터 올해 2월 8일까지 빅데이터 분석기관인 타파크로스와 함께 매스미디어,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등 SNS 등에 나타난 온라인 관심도를 분석해봤어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관심이 윤석열 후보보다 많게는 2배까지 높게 나옵니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단일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이번 단일화 게임은 과거 단일화 게임이랑 몇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우선 누가 이기냐는 승리 게임이 아니라 대선 후에 안정적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실은 그게 핵심입니다. 지금 175석 정도를 갖고 있는 여당이 야당이 된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법안 통과 못합니다. 예산 통과 못 하고요. 실제로 국무총리 인준도 못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두 가지로 극복해야 되거든요. 첫 번째는 압도적으로 이겨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지 나름대로 지금의 여당이 쉽게 표현해서 승복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국민의 힘만이 아니라 여러 정파들이 함께 하는 일종의 통합 연대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여러 정파라 하면 윤·안 두 후보 외에 심상정이나 김동연 후보도 포함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김동연 아니면 더 나아가서는 심상정까지 끌어들여야 된다는 거죠. 범야권 통합이죠.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뉴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 시각에서 후보 단일화를 봐야지 현재 내가 이 단일화를 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나한테 유리한가에 그치면 그건 굉장히 단편적인 거예요. 윤석열 후보가 정말 후보 단일화 없이도 대통령 됐다고 하더라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돼야 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가 대통령 되는 것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건가' 하는 위기관리 측면이 중요한 거죠. 후보 단일화를 해서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 그게 단일화의 요체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당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단일화를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양 후보가 얼마든지 윈윈으로 갈 수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윈윈 게임 말고 이길 수 있는 협력 게임이 사슴잡기게임(Stag Hunt Game)이라는 게 또 있어요. 사슴을 사냥하려면 서로 협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 안정적 기반 위에서 같이 가는 거고, 그러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른다는 겁니다. 러닝메이트는 같이 정부를 운영하는 거예요. 안철수 대표가 또 그 말 했잖아요. 그런 개념으로 단일화를 시도하고 만약 안 후보로 단일화가 안 됐을 때도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윤 후보를 지지할 겁니다."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얘기해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느냐'라는 겁니다. 87체제 이후 대한민국은 단 한 번도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적이 없어요. 87년에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고 92년에 김영삼 후보가 당선돼 10년간 보수 정권이 들어섰죠. 97년에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까지 10년간 진보가 들어왔고, 그 다음에 다시 9년의 보수정권이 들어섰어요. 우리나라는 10년 권력 교체 주기설이라는 게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5년 만에 정권을 과연 교체할 수 있느냐라는 거죠."
-그 10년 주기설이 왜 중요한 건가요.
"5년 만의 정권교체가 그만큼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은 쉽지 않은 게임인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선거를 연구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선거는 굉장히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가 왜 중요하냐 하면, 이번 선거가 '중대(重大)선거'라는 점입니다. 크리티컬 일렉션(Critical Election)이라고 해서 미국에서 선거 연구하는 학자들이 50년대부터 많이 써온 개념인데, 유권자 구조가 재편성이 되면서 정당 지지의 기반이 바뀌는 것을 얘기하는 겁니다. 이번 선거가 그런 흐름의 분수령이 되는 선거라는 의미입니다."
-작년 4·7 재보선을 제외하고 지난 5년여 동안 민주당이 압도하는 선거 판도였거든요.
"2016년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이 됐어요. 그 다음 해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41.1% 득표율 551만 표 차이로 이겼어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거의 70% 이상 압승을 했어요. 2020년도 총선에선 180석을 가지고 갔어요. 연속적으로 전국 선거에서 한 정당이 이긴 경우는 현재 민주당 외에 한 번도 없어요. 이번에 만약에 민주당이 또 승리하면 저는 지방선거도 승리할 거라고 보거든요. 여섯 번의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그것은 민주당 우위의 정당 체제로 완전 재편되는 겁니다."
-일본 자민당처럼 되는 건가요.
"이해찬 전 대표가 얘기했었던 민주당 집권 20년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거지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없느냐를 평가받는 굉장히 중대한 선거라는 거죠."
-현재 정권교체 지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요.
"그래서 이번 선거가 또 중대선거라는 점입니다. 기존 유권자들의 성향 변동이 일어났을 때 중대선거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그러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민주당이 어떻게 승리를 했는지 봐야죠. 이걸 과학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대한민국의 구도는 2040 대 5060 구도였어요. 당시 50대가 실제로 박근혜 후보한테 64% 지지를 했는데 투표율이 82%에 달했습니다. 누워있는 사람 말고는 다 투표장에 나와서 찍은 거예요. 2040대 5060으로 해서 얼마를 이겼냐면 107만 표 차이였어요. 3.6%포인트 차이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총선에선 또 확 바뀌었습니다.
"2016년부터 어떻게 바뀌었냐면 2050 대 6070으로 재편된 거예요. 그게 왜 그렇게 됐냐면, 1960년생부터 69년생까지를 지금 86세대라고 얘기하는데, 50대가 전부 다 과거에 86세대로 재편됐다는 거예요. 2030이 4050편에 편입되면서 2050대 6070이 되니까 100전 100패하는 겁니다."
-작년 4·7 재보선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작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엄청난 변동이 일어난 거예요. 2030이 이탈한 겁니다. 재편성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거죠. 원래 2030은 전통적으로 진보를 찍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막판에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다면 204050 구도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이제 60까지 가는 거죠. 60대 초반까지 포함하는 진보 구도가 되는 거예요. 그럼 보수는 몰락이죠."
-그런데 현재 2030세대 특히 이대남을 중심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세가 더 강한데요.
"만약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일본식의 일당 지배 체제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정당 재편성과 정치 재편성을 가늠하는 굉장히 중대한 선거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한편 그 반대 현상으로 2030이 보수 진영의 윤석열 후보를 손들어 준다면 지난 5년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는 분기점이 되는 거고요."
-지난 네 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계속 이겼는데, 그걸 역전시키기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힘들죠. 그래서 이번 선거는 특히 야당은 그냥 이기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크게 이겨야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좀 큰 틀에서 선거의 의미라든지 또 우리가 갖고 있는 정당 정치의 미래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거죠."
-선거 이후 정치를 전망하고 준비하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선거는 제가 평소 과학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요. 정치학이 영어로 폴리티컬 사이언스예요. 정치과학이죠. 근데 우리는 정치를 과학으로 생각을 하지 않아요. 선거를 거의 감(感)이라든지 세(勢)라든지 뭐 이런 걸 갖고 얘기를 합니다. 정치나 선거가 과학이 되면 그 기초는 뭐냐 하면 데이터사이언스거든요.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선거나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돼요. 그래야만 그걸 토대로 국정운영의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선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과정 속에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거거든요."
-진행 중인 선거 캠페인에서 그런 속성을 엿볼 수 있습니까.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가 만들어지겠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선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너무 지나치게 미래가 없다는 거예요. 선거과정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갈 것인가를 합의하는 과정인데도 말이죠. 2002년도 노무현 후보가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먹힌 거예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가야 되지 않나 하는 공감대를 만든 거죠."
-역대 선거마다 그 나름의 미래 제시가 있었지 않나요.
"2007년도에는 경제가 어려우니까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이 있었으면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겠다고 하니까 또 먹힌 겁니다. 기업인 출신이니까 한번 맡겨보자는 거였고요. 2012년에는 '그래 맞아 박근혜 후보가 되면 원칙대로 할 거 아니겠어'라는 기대가 작동한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서 '원칙과 신뢰'라는 슬로건이 통한 거지요. 2017년에는 탄핵 이후니 당연히 부패청산하고 공정을 세운다고 하는 문재인 후보가 통할 수밖에 없었지요. 당시 왜 문재인 후보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이 부패청산이라는 거였어요."
-이번 대선에선 무엇이 변수가 될까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과 관련된 것을 보통 시대정신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시대정신에 충실하고 시대정신을 잘 엮은 비전과 정책을 내세운 후보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안 보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세 가지 악습이 도집니다. 이걸 없애야 합니다."
-시대정신을 찾을 수 없고 악습만 횡행한다는 건가요.
"그런 점이 안타깝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악성 포퓰리즘입니다. 지금 벌써 300조 이상을 쓴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돈을 쓰는 거라면 왜 꼭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돼야 하나요? 그건 저도 할 수 있어요. 돈 갖다 뿌려주는 건 누가 못해요? 문제는 어떻게 재원을 만들 거냐에 대한 건데, 그건 말 안 하고 쓰기만 한다고 하잖아요. 두 번째가 네거티브예요. 역대 비호감 선거잖아요. 2017년도 대선 때 4월에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1위가 문재인으로 지지율이 38%, 안철수가 35%였어요. 그런데 호감도 조사를 하면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호감도가 지지도보다 높았어요. 근데 지금 보세요. 양대 후보 지지율보다 비호감 비율이 높잖아요. 비호감 선거를 치르다보니 제일 안 좋은 선심성 한방주의가 나와요. 한 방 때려가지고 다 먹겠다고 하는 네거티브로 가져가잖아요. 마지막 세 번째가 지역감정입니다. 나는 후보들이 지역을 돌면서 '어디의 아들' 어디의 딸' '어디의 손자' 뭐 이런 얘기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안동 가서는 박정희 찬양하고 호남 가서는 박정희 욕하고. 지역감정을 우리가 많이 극복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보면 그런 평가 맞나 싶어요. 지금 후보들이 포퓰리즘, 네거티브, 지역감정 이 세 가지에 너무 지나치게 매몰되다 보니까 미래가 안 보이는 거예요."
-대선에서 국가적 그랜드 이슈가 없다는 한탄을 많이 합니다.
"국가적 이슈가 없어요. 무슨 탈모 건강보험이 어떠냐, 사병 월급 어떻게 할 거냐 이런 것만 있지 정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우리가 디지털로 어떻게 우리 산업을 만들어 갈 거냐를 포함해 미국하고 중국하고 패권 전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비할 거냐는 이런 얘기가 전혀 안 나오잖아요."
-해외 언론도 비아냥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더타임스도 역겹다고 썼잖아요. 외국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물론 지난 2016년도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나선 미국 대통령 선거도 아주 지저분했지만. 지금 문제가 각 캠프 참모들이 후보에게 말을 솔직하게 못합니다. 그래서 항상 정직한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근데 정직한 사람은 도태됩니다. 참모들은 모두 100% 이기는 거라고 말해요. 그런데 거기다 대놓고 질 수도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까. 이게 제일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이 사람들은 선거에서만 이기면 되고 선거 후에 어떻게 집권할 것이냐를 연구를 하지 않아요. 않습니다."
-선거 이후 통치 연구를 후보 때부터 해야 된다는 말씀입니까.
"예를 들어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당선되기 8개월 전에 인수위를 구성했어요. 선거 후 통치 연구를 하는 사람들한테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해요. '너희들은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뭐를 할 것이냐를 가지고 준비해라' 이러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4개월 전에 했어요. 우리나라도 후보 시절부터 인수위 어떻게 구성할 건가, 내각은 어떻게 구성할 건가 등등을 아주 면밀하게 준비하는 팀이 있어야 해요. 근데 그걸 못하는 겁니다."
-일단 당선되는 게 당면목표니까 그런 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팀을 꾸리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그들이 실세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그런 팀을 꾸릴 수 없죠. 부랴부랴 인수위 만들어서 거기서 100대 과제니 뭐니 급조를 합니다. 공약을 다 지키면 나라가 망합니다. 그래서 빌 공자를 쓰는 거 아니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도 공정과 정의 확립이란 목표를 내세웠지만 집권세력의 내로남불로 점철됐거든요.
"지금도 여야 분열 상황에서 대선이 끝나게 되면 극단적 대립 시즌2가 올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것은 나라를 이렇게 분열시키고 대립시킨 거예요. 지금도 사람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뭐냐 하면 어떻게 지지율이 40% 넘게 나오냐는 거거든요. 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요. 하나는 5년 내내 편 가르기를 해가지고 자기 팬덤을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 팬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대깨문'이 되는 겁니다. 두 번째는 현 대선 후보들이 비호감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게 나오잖아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난 국가적 과제나 국민 공통의 위기 대처, 국방 분야에서는 여야 협력할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안고 섬기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실은 어떻게 됐나요.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국민통합, 양극화해소, 저출산 과제, 북핵 문제 등은 정파를 떠나 힘을 모아야 하는데 안 된 겁니다. 미국은 외교나 안보는 초당적으로 접근하는 전통이 있어요.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 때 안보정책을 흔드나요? 안보와 국방 분야에서는 흔들지 않죠. 대중 압박은 더 심하게 하잖아요. 왜 그러냐면 전통이기 때문이에요. 북한이 우리를 향해서 7발의 미사일을 쐈는데 그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타격의 방법을 얘기한 건데, 아니 도발한 쪽을 비난해야지 왜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냔 말입니까. 외교 안보 이슈는 초당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메시지가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미동맹이라든지 자유민주적 통일 지향 같은 국정 방향은 인식을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선거를 통해 누가 될 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잖아요. '대선 법칙'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법칙이 있어요. 국정 공감 35%와 정권교체 55%의 법칙이라는 것이에요. 재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는데,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것을 물어보는 국정방향 여론조사가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한 것은 긍정의 기준선인 35% 이하로 떨어진 게 하나의 지표가 됐어요. 막말에 가까운 대통령의 언어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외교행태 등에서 국민들이 실망을 한 거지요. 우리나라도 그 법칙이 주효합니다. 한국리서치라고 하는 데가 2주마다 한 번씩 이 조사를 합니다."
-미국처럼 지금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35% 이상을 넘은 적이 없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정권교체 지지 비율이 높다는 겁니다. 그게 55%를 넘으면 위험한 거예요. 올해 1월에 국정 방향 공감도는 29%까지 떨어졌어요. 현재는 한 33%~34% 정도 나옵니다. 특히 문제는 18세에서 29세까지 젊은 세대들한테는 10%대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더욱 더 이 정부가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20대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많게는 2배 이상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배경인 겁니다."-윤석열 후보가 집권을 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하자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거든요.
"사람들이 자꾸만 '적폐수사'라는 것을 보복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면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문재인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한테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적폐수사'는 그러면 정치 보복입니까? 아니라고 하죠. 그런데 왜 자기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는 정치 보복이 되죠? 논리적으로 맞지 않죠. 적폐는 한마디로 불법이므로 여도 야도, 진보와 보수 구분도 없는 거잖아요. 나아가 지금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는 본인이 적폐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내 가족과 관련해서도 적폐가 있다면 드러내겠다고 얘기를 해야 되는 거죠. 무조건 전직 대통령이니까 수사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제가 볼 때, 그건 아니죠. 문재인 대통령은 당당하다면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해요. '떳떳하게 5년간 국정 운영을 했고 만약에 문제가 돼서 수사 받을 일이 있다면 당당히 수사를 받고 그러고 나서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죗값을 치르겠다'고요. 무슨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합니까. 그걸 써준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나는 똑같다, 그렇게 봐요.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철학이 빈곤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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