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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李·尹·安, 비호감 모자라 `진상` 경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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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감옥' 말도 뒤집은 李…언어 수명 짧아져
욕설 녹음 놓고도 '가족 헤집지 말라' 대응 논란
尹, 김건희 비선 영향력설에 유독 안일한 대응
재원계획 부실공약 쏟아내며 '자유' 퇴색도
단일화 급한 安, '유권자 비하' 회의 발언 방관
[한기호의 정치박박] 李·尹·安, 비호감 모자라 `진상` 경쟁하나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지난 한주 간 대선판이 한층 혼탁해진 양상이다.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동안 거대양당 후보를 두고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왔지만, 이제는 상위 3명의 후보와 각당 캠프를 아울러 '구태'와 '무책임' 경향이 짙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언어 자체가 종잡을 수 없어졌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연설에서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을 '검찰공화국'으로 언급, "제가 이번에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 갈 것 같다"며 "제 두려움의 원천은 검찰이 있는 죄도 덮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 뒤(24일) YTN과 인터뷰에서 '감옥 간다'는 언급 대상이 "제 얘기는 전혀 아니었다"며 "검찰공화국이 다시 열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현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24일에는 경기 성남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성남시장 시절 숨진 셋째형 고(故) 이재선씨와 그 부인(형수) 박인복씨에게 '쌍욕'을 거듭한 통화 녹음 확산을 의식한 듯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여론은 본인의 언행을 책망하는데, '비천한 가족 출신'을 자처하던 것에 이은 '묘한' 대응이다. 앞서 19일 그가 "형님도 이제 세상에 안 계신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더니, 당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셋째형 이재선씨의 불공정한 시정 개입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슴 아픈 가족사"라는 후보 중심적인 해명을 냈다. 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논평 절반이 김건희(윤 후보 부인) 공세인데 가족 이야기 하지 말라며 눈물 흘리나"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 후보는 27일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는 13살 때 공장 노동하면서 '경상도 관리자, 전라도 노동자'를 봤다며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로 소외시켜서 싸움시킨 결과"라고 주장해 지역감정 조장 시비를 자초했다. 지난달 11일 경북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금오공대를 찾아 전두환·이승만 전 대통령까지 아울러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있다"며 재평가를 설파하고 "유능한 대통령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던 모습과 대조되기도 한다. 이 후보가 26일 '네거티브 중단선언' 2시간여 만에 "리더가 주어진 권한으로 술이나 마시고, 자기 측근이나 챙기고, 게을러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니 환관 내시들이 장난을 치고…"라며 대야(對野) 포문을 연 것도 본인 언어의 '수명'을 단축 시킨 사례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갈수록 속된 말로 '지지율이 깡패'라는 분위기에 도취된 듯하다. 부인 김건희씨와 무속인이 연루된 논란에 대한 윤 후보의 해명 태도는 석연치 않다.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약 발표 후 윤 후보는 일명 '건진법사' 전모씨가 김씨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의 과거 주소지가 담긴 고문 명함을 지녔다는 정황에 "금시초문"이라고만 했고, 대변인이 황급히 '다른 질문'을 요청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건진법사는 지난 17일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본부에서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혹 중심에 섰고, 당일만 해도 완강하게 부인하던 국민의힘에서 이튿날(18일)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윤 후보 경선캠프부터 있던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선언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천공스승', '무정스님' 등이 키워드로 따라 붙어온 무속 시비는 윤 후보 개인사에 가깝지만 건진법사는 캠프 조직 활동 의혹을 낳고, 코바나컨텐츠 고문 명함까지 발견되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정치비평 경력 없이 지난달 윤 후보의 보좌역, 이달 선대본 개편 직후 실세 격인 비서실 메시지팀장으로 합류한 김동조 주식 트레이더를 두고 2013년 전후 코바나컨텐츠의 전시기획 행사에 협업했던 이력이 회자되던 터다. 주변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몰아세우던 인물이 비운 자리에 '건핵관(김건희 핵심 관계자)'이 오면 쇄신인가. 김씨는 일명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도 '만만찮은 입심'과 함께 윤 후보를 도우려 동분서주한 정황이 드러났기도 하다.
부인의 등판 임박설에 윤 후보는 27일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에서 "아무리 부부라고 하더라도 저희는 각자 저도 제 처가 하는 일에 안 끼어들듯이 또 제가 하는 일에 본인이 어떤 식의 역할을 해 줄지 자기도 고민을 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거듭 '남일'처럼 이야기했는데, 대선 주도권을 피력하는 데 도움 될 패턴인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윤 후보는 가장 시급하다던 코로나19·방역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집중보상에 50조~100조원을 쓰겠다더니 징집 병사 월급 200만원으로 인상, 농업 직불금 2배로 확충(현행 2조5000억원→5조원),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하루 3끼 무상급식' 등을 공약하고 조(兆)단위 재원 마련 대책을 물으면 "세출 구조조정" 한마디로 '퉁치는' 식이다. 급작스레 꺼낸 청와대 폐쇄와 정부서울청사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은 범(汎)국민적으로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6월 출마선언문으로 피력했던 자유·책임 등 '윤석열 색채'와 나날이 멀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지율 상승세가 약해진 가운데 '대중정치를 포기한 것인가' 의문이 드는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복수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정권교체론 과반'에 힘입은 '야권단일화론'을 피로 유발제로 전락하게 만드는 언행이다. 물론 안 후보를 '3등 후보'로 지칭하며 조롱조의 공격을 이어가는 '앙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후보의 방관 책임도 있다. 하지만 "패륜" 표현 등 국민의당 선대위에서 이 대표에게 대응하는 방식은 '이준석 표 청년정치'를 때리는 데 집중하는 등 감정적인 '헐뜯기'에 가까워져 있다.

안 후보가 사실상 국개론(국민 개××론)을 '방조'하는 실책도 확대일로다. 노·장사상 철학의 대가로서 안 후보가 영입한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 글로 거대양당 후보, 그 지지 정치인들과 아울러 "생각없는 유권자들"을 탓했다. 26일 안 후보는 '유권자 무시'라는 언론의 지적에 "잘못 해석하면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 호소했다. 그러나 27일 최 위원장은 "'맹목적 지지'를 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기존 발언을 고수했다. 그는 안 후보와 함께 참석한 선대위 공식회의에서까지 "생각이 없는 유권자라는 표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유권자들은) 눈 뻔히 뜬 채 낚싯바늘을 다시 무는 물고기 신세는 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개인 주장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지지율 제3당과 후보의 공식입장으로 봐야할까. 2030세대 비하·훈계성 발언으로 각각 2020년 4·15 총선과 2021년 4·7 재보선에서 '매운맛'을 봤던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로도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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