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畵虎類狗 (화호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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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畵虎類狗 (화호유구)


그림 화, 범 호, 비슷할 유, 개 구. 화호유구. 호랑이를 그리다가 개를 그린다는 뜻이다. 서툰 솜씨로 흉내 내려다 결국 죽도 밥도 안 된 상황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인다. 같은 의미로 '화호성구'(畵虎成拘)가 있다.

범엽(范曄)이 지은 후한서(後漢書) '마원열전'(馬援列傳)에 나오는 고사다. 후한 광무제(光武帝) 때의 장수 마원은 일찍 죽은 형의 두 아들인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을 예뻐했다. 그런데 이들은 명장으로 명성을 떨치는 삼촌의 위세를 믿어서인지 행동에 문제가 많았다. 마원은 당시 교지(交趾; 지금의 베트남 북부)에서 반란을 진압하고 있었는데 두 조카의 앞날이 걱정되어 편지를 썼다. 마원은 당대의 이름 높은 현자 용백고(龍伯高)와 호걸 두계량(杜季良)의 인품과 기상을 비교하면서 두 조카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마원에 따르면 용백고는 사람됨이 겸손했고 청렴했으며 경솔함이 없었다. 두계량은 호탕하고 의협심이 강해 다른 사람의 근심과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했다. 마원은 두 조카에게 두계량이 아닌 용백고를 본받으라고 조언했다. 용백고를 본받으면 돈을 많이 벌거나 출세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신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곡성상유목'(刻鵠成尙類鶩)이라 했다. 고니를 조각하면 고니는 아니더라도 집오리라도 닮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계량을 본받는다면 자칫 경솔하고 천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호랑이를 그리려고 하다가 오히려 개와 유사하게 된다(畵虎不成反類狗)"고 가르침을 주었다. 실제로 훗날 두계량은 조정에서 파직당했다. 하지만 용백고는 태위(太尉)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요즘 정국을 보면 '화호유구'가 떠오른다. 이른바 '안풍'(安風)이 불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후보 단일화 문제가 막판 대선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만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야권 승리가 유력해진다고 한다. 꽃놀이 패를 쥔 안 후보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릴 수 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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